『체체파리의 비법』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이수현 옮김|아작|2016년|5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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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너무 현실적인 논픽션보다는 지어낸 이야기가 더욱 울림이 클 수 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여성 혐오가 너무 심각하게 발전한 집단 광기의 세계를 그린다. 그 세계의 남성들은 그들이 평화로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지금처럼 힘들게 된 모든 이유가 선악과를 권해서 그들을 타락시킨 여성의 탓이었다며, 다시금 신의 아들로 돌아가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여성들을 모조리 죽여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 그렇게 모든 여성들을 죽여 신의 사명을 이루고 난 이들에게 주어진 건? 당연하게도 에덴 동산으로의 초대가 아니라 그저 모든 인류의 멸종일 뿐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여성을 죽이고, 종국에는 스스로도 죽여버린 것일까. 결말에 숨은 반전을 보면 이해가 간다. 책은 두꺼운 편이지만, 여러 편의 단편을 모은 책이라 읽기에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리고 애초에 이 소설이 작가 자체가 일종의 블랙 유머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지극히 백인 남성스러운 이름은 앨리스 셀던이라는 여성의 필명이었다. 이유는? 뻔하다, 여성이 페미니즘 소설을 쓰면 ‘또 그저 그런 이야기 지어냈네’라는 평가를 들을 것을 고려해 자신의 성별을 숨긴 것이다. 남성의 이름으로 쓴 소설은 오로지 소설 그 자체만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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