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강인규 지음|북레시피|2020년|396쪽
현역 야구 선수가 쓴 자전 소설로, 취재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생생한 감각이 살아있습니다. 140km/h가 넘는 속도로 다가오는 공, 그런 공을 칠 때 진동하는 몸, 물집 위로 글러브를 끼는 손과 같은 감각이요. 이 소설은 뒤늦게 야구에 뛰어든 주인공 파치의 여정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면서, 야구 명문 태산고에 입학해서 3학년 청룡기 대회를 거칠 때까지 겪는 기쁨과 슬픔, 성장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펼쳐냅니다. 연습만큼 실력이 발휘되지 않는 경기장에서 실망하는 순간,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 두어야 하는 준수에게 병실에서 소식을 전하며 함께 우는 장면, “즐기면서 하는 야구”란 도대체 어떤 것이냐며 거듭 묻는 장면은 학생 선수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두껍지만 진짜 이야기라 쉽게 읽힙니다.
“나는 스트라이커!”, 『달고나 예리!』
정명섭 지음|특별한서재|2021년|81~123쪽
이혜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는 성공한 여성 스트라이커예요. 부상 치료차 한국에 돌아와 처음 축구를 시작했던 감천중학교를 찾아가죠. 그곳엔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김빛나가 은퇴 후에 감독으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거든요. 중학교 때 혜지는 영월에서 서울로 전학을 와서 ‘시골마녀’라고 놀림을 받았어요. 까만 피부와 강원도 사투리, 큰 덩치, 여자아이 같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런 혜지에게 빛나는 축구의 세계를 알려줬죠. 김빛나 감독은 운동장 한쪽에 웅크린 아이(조소현)을 가리키며, 예전의 너 같다며 말을 걸어보라 합니다. 씨름을 했던 소현은 아이들에게 미쉐린 타이어라 놀림 받고 있었어요. 혜지는 소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혜지와의 대화를 통해서, 소현은 흘린 땀만큼 자신이 될 수 있는 세계로 뛰어갈 용기를 얻습니다.
『꼬리와 파도』
강석희 지음|창비|2023년|273쪽
『꼬리와 파도』는 1999년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로, 운동부 아이들이 겪는 폭력과 가스라이팅, 성적 괴롭힘을 사실적으로 다뤄요. 슬프게도 학교와 체육관은 무경과 예찬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어른들은 비겁하게 모르는 척하거나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이용합니다. 용기를 내어 혼자 소리 내면, ‘너 때문에 학교 명예가 실추되었다’거나 ‘뭔가 여지를 준 네 탓’이란 비난이 돌아오죠. 자기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을 간절히 기다려온 아이들은 결국 서로에게 기대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감각적인 문장,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간질간질한 마음이 잘 드러난 성장소설이에요. 분량이 많고 문학적인 표현이 많아, 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