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 역지사지에 대한 이야기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가해자는 합당한 죗값을 치루게 하는 게 사회정의라고 믿어왔다. 그런 정의로운 사회의 밑바탕에는 ‘공감’, ‘연대의식’ 만큼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미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역지사지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라는 말이고 측은지심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여기 다섯 권의 책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이거나 가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그때는 그렇게 심각한 일인 줄 몰랐어, 처음엔 선의였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 버렸어, 그때는 용기가 없어서 네 편이 되어주지 못했어…. 결정적인 어느 순간 그들이 용기를 냈더라면 어땠을까? 상황을 되돌리지는 못해도 변명이든 해명이든 그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도 역지사지와 측은지심의 아량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가해자는 울지 않는다』

성실 지음|다른|2020년|224쪽

공부만 하라는 아버지 때문에 아든은 없는 듯 있는 듯한 방관자의 삶을 선택한다. 소꼽친구인 수아가 전학 오고, 수아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동우의 부당함과 폭력을 학교에 고발한 일로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동우에게 노골적인 괴롭힘을 당한다. 아든은 수아가 동우로 인해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낼 때도, 새로 등장한 호제가 수아에게 집적대고 치욕스러운 요구를 할 때도 멀리서 바라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수아가 학교 옥상에서 추락사하고….
이 소설은 사건의 목격자로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아든이 수아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겪는 마음의 변화, 죄책감과 고통, 이제는 후회로만 남는 자신의 변명을 털어놓는다. 방관자는 가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아의 죽음과 죄의식에서 자유로울까? 누구에게 공감하든,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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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내 일기 읽고 있어?』

수진 닐슨 지음│김선영 옮김│라임│2014년│296쪽


『변신 인 서울』

한정영 지음│사계절│2020년│192쪽

어느 날 아침 손바닥만 한 토끼로 바뀐 반희. 왜? 라는 의문은 바로 해결된다. 1등 아들 때문에 고개를 들고 산다는 엄마와 다음 공천을 준비하는 아빠에게 1등이 아닌 반희는 토끼보다 쓸모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토끼로 변신한 아들을 몰라보고 가출을 했다며 혼내줄 궁리만 하는 부모들에게 차츰 화가 나고 그런 부모를 둔 반희가 불쌍해진다. 죽을힘을 다해 이상한 문자에 답을 보내려 하고, 토끼라서 어떤 대처도 할 수 없게 된 반희에게 유일한 협조자는 지적 장애를 앓는 누나 반지뿐. 반희에게 품었던 동정심은 과거에 반희가 저지른 어떤 일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차갑게 식어버린다. 반희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상정하면 새롭게 보이는 게 많은 소설. 카프카 <변신>의 잠자와 반희를 서로 비교하며 읽으면 더욱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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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덕』

배유안 지음│창비│2014년│212쪽

뺑덕어멈에게 아들이 있다면? 그악스럽고 악독한 뺑덕어멈에게도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면? 친부와 계모의 학대에 못 이겨 가출, 떠돌이 뱃사람이 된 청년 병덕(뺑덕)이 생모인 뺑덕어멈을 찾아가는 기발한 설정의 이야기. 자신의 생모가 집에서 쫓겨날 만큼 행실이 나쁜 여자인지 궁금해진 병덕은 신분을 감추고 뺑덕어멈이 일하는 주막에 찾아간다.
“나는 착한 거 싫다. 착하면 다 무시하더란 말이다. 내가 먼저 바락바락 안 하면 남들이 나한테 바락바락하더란 말이다.”
술 힘을 빌어 털어놓는 넋두리처럼 자발적으로 그악스럽고 ‘행실 나쁜’ 여자가 될 수밖에 없는 뺑덕어멈의 과거는 무엇일까? 구구절절한 그녀의 사연이 궁금해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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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이도영 옮김│미래인│2008년│196쪽

획일적인 교육과 신문 제작 방식에 불만을 품은 신문부 부장 제이비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아무르와 함께 웹사이트 ‘트루먼의 진실’를 만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밀크&허니’라는 아이디로 학교의 인기 스타인 릴리의 뚱뚱했던 초등학교 시절 사진과 함께 비방글이 올라온다. 곧이어 악플 공세가 계속되자 왕따로 힘들어하던 릴리가 가출한다. 모든 일이 자신이 만든 웹사이트 때문이라며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제이비는 사이트를 닫고 익명의 악플러와 사라진 릴리를 찾아 나서는데…. 2008년에 씌여진 책이지만 사이버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흥미진진한 추리소설로 그려내 단숨에 읽어낼 수 있다. 더 교묘하고 악랄한 사이버 폭력이 벌어지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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