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이다.

‘덕후’라는 말은 그다지 좋은 어감은 아니다. 하지만 효율성과 가성비를 넘어 무언가를 무조건적으로 좋아할 수 있다는 열정이 있다는 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게다가 종종 특정한 대상에 꽂혀 열정적으로 좋아하다가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전문가로 자리잡거나 새로운 직업을 개척한 이들도 있다. 그들의 열정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뻗어나갔는가?


『날마다 구름 한 점』

개빈 프레터피니 │김성훈 옮김 │김영사│ 2021년│172쪽│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그저 하릴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저 아무데나 편안히 누워서 게으르게 하늘만 바라보고 있으면 되니까. 가장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이 있다면 구름보기가 아닐까. 하지만 한번이라도 구름을 가만히 관찰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구름은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며 시시각각 바뀌는 역동저인 존재라는 것을. 구름은 하늘이라는 커다란 스크린에 시시각각 나타났다 사라지고 모였다 흩어지는 흥미로운 동영상이다. 그 구름에 매료된 구름추척자는 급기야 ‘구름감상협회(Cloud Appreciation Society)’를 설립해 자신과 같은 이들을 불러보았다. 구름의 구름에 대한, 구름에 의한, 구름을 위한 구름책. 포토북이므로 글밥은 많지 않지만, 짧은 글귀 하나하가가 매우 철학적이고, 또한 과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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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

마리옹 몽테뉴 │ 하정희 옮김│ BH(balance harmony)│ 2020년 │216쪽│

엄청나게 까다로운 문제들을 모두 풀어내고 극한까지 견뎌야 하는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고, 온갖 짜증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옺갖 기계들을 다루고 고칠 수 있는 기술까지 모두 익혔으면서도, 개인 사생활이란 전혀 없어서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우주비행사. 어릴적부터 우주비행사를 꿈꾸었던 아이는 자라서 항공공학을 전공하고 조종사가 되었다. 하지만 더 넓은 하늘로 나아가고 싶은 열망은 그를 다시 우주비행사의 길로 이끌었다. 우주비행사의 일은 어렵고 힘들고 복잡하고 열악하다. 게다가 우주비행사란 지금껏 인류가 한 번도 발을 디딘 적 없는 우주에 나아갔을 때 어떤 상황에 맞닥뜨릴지, 어떤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일어날지 테스트당하는 실험체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오늘 우주로 출근하는 것은, 어린시절부터 꿈꾸어왔던 하늘을 향한 동경이다. 그래서 그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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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앤디 위어 |강동혁 옮김 | RHK |2021년 | 692쪽 |

어릴 적부터 유난히 기린을 좋아하던 어린 여자아이는 자라서 기린만 연구하는 기린학자가 된다. 동물원에서 삶을 마치고 죽은 기린의 부고로 시작되는 그의 일은 일견 끔찍하고 괴기스럽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의 기린 사랑은 단지 기린을 잘 돌보는 것을 넘어, 자신이 끔찍하게 좋아하는 기린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욕망으로까지 번진다. 그래서 그는 기린을 해부한다.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 나무 꼭대기 여린 잎에서부터 바닥에 졸졸 흐르는 시냇물까지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는 기린 목의 비밀을 알고 싶은 것이다, 수십구의 기린의 사체를 해부한 끝에, 비로소 알게 된 기린의 진실과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과학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지식은 일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익숙한 것에 가치를 부여해 새로운 깨달음을 낳게 함으로써 일상을 빛나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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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소연 옮김│ 문예출판사│ 2021년 │272쪽

인간에게 있어 닭의 가치는 오로지 죽은 뒤에만 의미있다. 죽은 닭은 ‘치느님’이라 칭송되며 온국민이 1인 1닭이 가능한 때가 바로 등따숩고 배부른 태평성대라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살아있는 닭을 연구하는 것은 그다지 멋진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모름지기 조류학자란 검은머리물떼새처럼 천연기념물이거나 오목멧새처럼 한눈에 보기에도 빠져들 것 같은 그런 새들도 많은데, 흔하디 흔한데다가 그닥 예쁘지도 않은 닭은 연구 대상으로는 그다지 멋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닭에 빠진 조류학자가 있다. 그는 그야말로 닭의 모든 것을, 볏부터 발톱까지, 깃털에서 내장까지 하나하나 샅샅히 훑어나가며 그 속에 담긴 진화적 의미를 파헤친다. 너무도 친근해서 누구도 몰랐던 닭에 대한 A to Z의 과학적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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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과학책을 읽고 쓰고 알립니다. 해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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