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학교생활을 위하여!

3월 새 학년을 앞두고 가슴이 설레기만 한다면 그건 아직 인생을 제대로 몰라서일지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가는 친구들도,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친구들도 남들 모르게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다. 이제 정말 맘 잡고 공부 좀 해볼까? 아싸에서 인싸로 등극해볼까? 제발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들 걸리기를! 이런 생각을 하며 새봄 새 학기엔 그래, 달라졌어!를 시전하고 싶은 ㅊㅊㅊ 친구들에게 전하는 짜릿하고 즐거운 학교 이야기. (그나저나 우리 이제 학교엔 다닐 수 있는 걸까? 가고 싶다, 수학여행! 벗고 싶다, 마스크!)


 

『모범생의 생존법』

황영미 │ 문학동네 │ 2021년 │ 192쪽 │

모범생, 왠지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최소한 모범생으로 사는 친구의 기분은 이해할 수 있을 테니. 차례만 보면 ‘모범생 되기 100일 완성’ 비법을 알려줄 것만 같다. 명문고로 유명한 두성고에 신입생 반 배치고사 1등으로 입학한 방준호. 최상위권 아이들만 따로 모여 공부하는 정독실 30명 안에 들어 입학식 날부터 야자에 들어간다. 하지만 3월 모의고사도, 중간고사도 망해버린 듯한데, 정독실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고등학교 입시 지옥 현실판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등 입시와 직결된 수험생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삭막한 학교생활 속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꽤 견딜 만하다는 것이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 건우, 씩씩한 유빈이, 든든한 보나 선배, 거기에 ‘프로아나’ 하림이, 전교1등 민병서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면면과 그들이 관계 맺는 세상을 들여다보면 나의 학교생활을 슬기롭게 그려낼 수 있다. 그래서 모범생의 생존법이 뭐냐고?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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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맨 앞줄』

정소연 외│ 돌베개 │2021년 │ 228쪽│

교실 맨 앞줄에 앉아 본 기억, 누구에게나 있을 거야. 수업시간에 딴짓 할 수 없고, 선생님 침을 정면에서 맞아야 하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자리지. “다른 아이들이 모두 등 뒤에 있으니 교실 분위기도 알기” 힘든데, 맨 앞줄에 부러 앉는 아이는 왜 그런 걸까? 정소연 작가의 「교실 맨 앞줄」이라는 제목에서도 눈치 챘겠지만 이 책은 학교에 관한 장르 소설집이야, 여러 명의 작가가 함께 쓴. 「도서실의 귀신」은 학교 도서실 귀신 덕에 책벌레로 잘 성장한 친구 이야기이고, 「백 명의 공범과 함께」는 고3 입시에 관해 제대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야. 멋진 건 친구들과 선생님, 학교가 한 마음으로 가정을 벗어나고 싶은 한 친구의 완벽한 탈출에 입시를 적극 활용한다는 거! 「거리두기 2063」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미래 학교 이야기야. AI, VR, 홀로그램에 엄마 둘이 결혼해 양육하는 최첨단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학교는 ‘손편지를 써서라도 친구를 부르게 하는’ 또래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새삼스러운 진리를 알려주는 작품이야. 이런 책은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모든 작품을 다 읽을 필요도 없어. 그래서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학교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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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령의 세계』

최상희│ 창비│2021년 │256쪽

내 짝꿍이 마녀의 딸이라면 어떨까? 학교생활이 뭔가 스펙터클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집에서는 마녀의 딸인 게 분명한 마령. 서른 개도 넘는 방이 사라졌다 생겼다 하고 그 방마다 괴물들이 잡혀 있어 날마다 결계를 치고 등교해야 하는데, 현실은 마법 빗자루나 지팡이도 없고, 학교에 지각할까 봐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달리는 고1이다. 학교의 꽃은 동아리 활동일까? 장기 동아리는 분명 올드한 느낌인데 왜 이렇게 재미있게 느껴질까? 명리, 묘주, 이랑, 능이. 이름부터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 장기 동아리 친구들과 날마다 장기를 두는 마령은 사실 알고 보면 천체 과학부 소속. 장기 동아리 담당 위다솔 선생님 역시 맡은 과목은 화학. 어느 날 결계가 뚫리고, 인간계와 마녀의 세계에 걸쳐 있는 마령은 동생을 구하고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그러면서 학교와 장기 동아리 친구들의 비밀도 밝혀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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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정명섭 │사계절 │2021년 │184쪽




급식을 먹다 갑자기 친구가 나를 물어뜯는다면? 이건 바로 좀비물의 시작. <지금 우리 학교는>에 열광하는 친구들이라면 주목! 좀비 바이러스로 학교 친구들이 순식간에 좀비로 변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터. 특히나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좀비 이야기가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각성제 코티놀의 부작용으로 학생들이 좀비로 변하자 정부에서는 아예 학교를 폐쇄한다. 학생들을 그 안에 그대로 둔 채! 친구가 된 좀비들을 피해 학교를 빠져나간 규빈과 시아는 안전한 곳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이동한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간이 흘러 열아홉 살 생일이 지나면 좀비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슬픈 생일 파티를 하고 스스로 길을 나서고, 남은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학교생활을 해나간다. 거기엔 실습도 빠질 수 없는데 폐허로 변한 시내를 돌며 생존에 필요한 각종 필수품을 거둬오는 것.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어디서 갑자기 좀비가 나타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좀비 전문 작가답게 좀비물의 재미를 한데 버무려놓아 읽는 재미가 뛰어나다. 망가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청소년들을 보며 좀비를 떠올렸다는 작가의 말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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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아이들』

최의택 │아작 │ 2021년 │ 272쪽




이 책에 등장하는 학교 이름은 ‘학당’. 조선시대 이야기냐고? 아니, 30년 뒤에 펼쳐질 학교 이야기야. 지금 K-문화가 대세고 메타버스가 유행이니 그때쯤이면 세계 최초 완전몰입형 가상현실 중고등학교 ‘학당’이 한국에 생긴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겠다. 학생들은 당연히 아바타 모습으로 한복 교복을 입고 가상의 ‘학당’ 공간으로 등교한다. 학교 도서관 이름은 이에 어울리는 ‘홍문관’. 가상현실 디자이너 온시현의 엄마가 홍문관을 만들었고, 시현이는 홍문관 안쪽, 소설과 비소설 서가 경계의 사각지대에 자신만이 드나들 수 있는 비밀의 방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비밀의 방을 드나드는 불쾌한 감각의 뭔가가 감지되는데…. 보안을 책임지는 보안부 동아리 제피룸에 학당에서 유령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건이 선배와 시현은 유령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유령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힌트는 제목에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생각해보길! “그 애들은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건 더더욱 아니야. 우리가 보지 않고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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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오탈자

각종 오자와 탈자 전문. 책으로 인생의 오류와 탈선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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