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그 넓고도 깊고도 다양한 취향에 관해 (독자맞춤)

3백 쪽이 넘는 판타지 소설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 이참에 판타지소설들을 섭렵하며 정말 재미있는 책들을 소개하려 했는데… 결론은 실패. 일단 사람들마다 판타지라고 생각하는 장르가 너무 다르더라구요. 로맨스 판타지, SF, 호러, 동물 판타지 등 뭐든 갖다 붙이면 다 판타지가 되는 세상. 저는 일단 3대 고전 판타지로 꼽히는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 『어스시의 마법사』를 읽어보는 걸 추천 드리는데요, 이걸 어떻게 읽어내느냐에 따라 판타지 취향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번에 도전한 건 엄청난 베스트셀러 『달러구트 꿈 백화점』 『미드나잇라이브러리』 『룬의 아이들』이었는데 개인적으론…. 중요한 건 내가 재미있어야 재미있는 책이라는 결론을 들고 제 맘대로 권하는 3백 쪽이 넘는, 다양한 소재의 재미있는 판타지소설을 소개합니다.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음|허블|2020년|376쪽

경주마 ‘투데이’의 기수는 휴머노이드 ‘콜리’. 인간보다 가벼운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대체된 기수를 태우고 달리려면 경주마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질주해야 한다. 연골이 다 닳아 더는 뛸 수 없게 된 투데이를 위해 콜리는 스스로 낙마를 한다. 집안 형편 때문에 소프트 로봇 연구원의 꿈을 잠시 접은 연재는 폐기 직전 상태에 놓인 콜리를 집에 데려와 복원시키려 한다. 집에는 휠체어 생활을 하는 언니 은혜와 소방관 남편을 잃고 두 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사는 엄마 보경이 있다. 로봇보다는 휴먼에 가깝게 태어나게 한 것이 연구원의 실수였을까? 콜리로부터 위안을 받는 인간들의 모습이 판타지 같은 SF.

#한국소설 #SF #휴머노이드 #행복한가요 #진정으로_갖고싶은건_자유로움 #뒤로갈수록_재미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지음|강나은 옮김|돌베개|2021년|336쪽

우리에게 익숙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우리나라 작품으로 오해하면 오산. 한국계 미국 작가가 쓴 2021 뉴베리 대상 수상작이다. 병든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갑작스레 할머니 집 근처로 이사 가게 된 릴리네. 릴리는 한국계 미국인 소녀로 친구들 사이에선 투명 인간, 언니 샘한테서는 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로 통한다. 릴리는 할머니 집으로 가는 도중에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커다란 호랑이와 마주친다. 이 호랑이는 할머니와 릴리 눈에만 보이는데, 급기야 할머니 집에까지 찾아온 호랑이는 할머니를 낫게 하려면 할머니가 옛날에 훔쳐간, 하늘의 별로 있던 나쁜 이야기를 가둬놓은 유리단지를 찾아 그 별들을 다시 하늘에 돌려놓으라고 한다. 이제 투명인간이자 조용한 아시아 여자애 릴리는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영웅이 될 준비를 하는데….

#미국소설 #판타지 #성장소설 #K-할머니 #K-콘텐트 #이야기는힘이세다 #모험 #뉴베리수상작


『열여섯 밤의 주방』

마오우 지음|문현선 옮김|사계절|2019년|368쪽

『미드나잇 도서관』을 읽다 생각난 작품. 여기서는 자정의 도서관이 아니라 지옥주방이 등장한다. 죽으면 일단 ‘지옥주방’으로 안내돼 생전에 먹은 음식 가운데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사람이 죽어 황천길에 오르면 생전의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맹파탕을 망자에게 건네는 노인이 있는데 그가 바로 ‘맹파’. 지옥주방의 최고 요리사 맹파는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망자를 대접하고 주마등을 통해 망자의 기억을 영화처럼 보여준다. 마지막 식사가 끝나면 망자는 저승으로 가야 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지옥주방에 온 손님들의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영화처럼 펼쳐지는 판타지 소설. 굉장히 모던하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염라대왕과 저승사자 흑무상 백무상에 얽힌 이야기도 깨알 재미!

#중국소설 #판타지 #삶과죽음 #지옥 #음식 #저승이야기 #읽기쉬움


『스노볼』

박소영 지음|창비|2020년|472쪽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로 혹한이 몰아닥치는 세상에서 365일 봄날 같은 돔으로 둘러싸인 지역 ‘스노볼’.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스노볼의 ‘액터’가 되어 자기 일상을 매일 바깥세상으로 중계해야 한다. 전초밤은 스노볼 바깥, 추운 곳에서 살면서 땅속에 묻힌 고압선을 통해 스노볼로 매일 일정량의 전력을 공급하는 인력발전소 노동자이다. 대신 스노볼 드라마를 맘껏 볼 수 있다. 초밤은 스노볼 안에서 자신만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디렉터가 되길 꿈꾸며 스노볼 최고의 액터 고해리의 채널을 날마다 시청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동경하는 최고의 디렉터 차설이 찾아와 고해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고해리와 똑 닮은 전초밤에게 고해리의 삶을 대신 연기해달라고 한다. 스노볼에서 고해리의 삶을 대신 사는 초밤에게 고해리의 도플갱어들이 나타나면서 초밤은 고해리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는데….
(p.s. 비슷한 제목, 다른 내용의 『스노볼 드라이브』도 강추!)

#한국소설 #청소년소설 #판타지 #트루먼쇼 #미래세계 #읽기쉬움


『남매의 탄생』

안세화 지음|비룡소|2021년|340쪽

어느 날 갑자기 오빠나 누나가 생긴다면? 그런데 나만 그 사실을 알고 다른 식구들은 원래부터 한 가족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유진에게 어느 날 갑자기 도진이라는 오빠가 생겼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빠 행세를 하는데 이상한 건 어릴 적 앨범에도 도진의 존재가 친오빠로 남아 있다는 거다. 유전자 검사를 해도 친남매라 나오니 미칠 노릇. 그런데 이런 일이 유진한테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강일이한테도 어느 날 갑자기 누나가 생겼다. 이 오빠와 누나의 존재는 무엇일까? 유진과 강일은 유일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믿어주는 친구 둘과 이들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다 그들 덕에 엄청난 화재 참사를 막게 되면서 진실이 드러나는데….

#한국소설 #청소년소설 #판타지 #흔한남매나_진짜남매는_아님 #꿈 #인셉션 #미스터리 #읽기쉬움







관련 큐레이션 (제목을 클릭해주세요)
한국의 판타지 소설 (독자맞춤)
상상 속 환상세계로 떠나는 여정








인생오탈자

각종 오자와 탈자 전문. 책으로 인생의 오류와 탈선을 배웁니다.

 

ㅊㅊㅊ에 실린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이미지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저작물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다운로드, 인쇄, 복사, 공유, 수정, 변경할 수 있지만, 반드시 출처(bookteen.net)를 밝혀야 합니다. (CC BY-NC-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