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한강 지음 | 2018년(개정판) | 문학동네 | 196쪽


표지에는 소설이라고 쓰여 있지만, 그야말로 또 하나의 완벽한 시집. 한강 작가는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지내면서 히틀러에 의해 절멸한 도시의 잔해 속에서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은 자신의 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파괴되었으나 끈질기게 재건된 사람”에 대한 기록이자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고, 작가가 말한 대로 책 전체가 ‘작가의 말’인 시적 산문입니다.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나’(작가)가 흰 것에 관한 목록을 만들면서 작품은 시작됩니다. ‘배내옷, 소금, 눈, 흰 새, 수의…’ 같은 일종의 시어들과 그에 대한 기록은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는 작가의 말을 납득하게 하지요.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하얀’과 ‘흰’을 완벽하게 구별하게 되고,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애도와 기억’에 대해 뼛속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