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침묵하기를 멈출 때

10.29 참사로 어지러운 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우리는 이미 2014년에 ‘세월호 참사’를 겪었습니다. 참사는 벌어졌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바닷속에 침몰한 채 있습니다. 이번 참사 역시 비슷한 모양새로 흘러갈 것 같아 벌써부터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걸까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침묵하기를 멈추고, 진실을 소리 내어 외칠 때, 정의는 살아납니다. 여기, 침묵을 멈추고 용기 내어 진실을 말하려는 소설들을 소개합니다.


 

『나는 무늬』

김해원 지음 | 312쪽 | 2022년 | 낮은산

음식 배달 오토바이 소년의 죽음은 어쩌면 한낱 교통사고로 처리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소녀들이 의심을 품기 전까지는. 족발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열일곱 살 소년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소년이 몰래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 사고가 난 거라며 그 죽음에 책임지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병원에 간 문희는 그곳에서 소년의 죽음을 목격한 소녀로부터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소년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 나갑니다. “죽은 사람은 자신을 지킬 수 없어. 죽으면 세상 사람들이 지어 준 이름으로 남게 되니까. 오토바이 도둑, 너무 아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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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증언』

중미 지음 | 288쪽 | 2022년 | 낮은산

미투 운동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은 여전히 힘든 일상을 견뎌내야 합니다. 이 소설에는 성폭력 피해자의 딸과 성폭력 피해자의 동생이 나옵니다. 가온이의 엄마 최지영은 봄만 되면 불안증과 불면증이 도져 병원에 입원해야 할 지경이고, 결이의 언니 하늘이는 결국 젊은 나이에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의 가해자는 운동권이었다가 성공한 인권운동가가 되었고, 모두의 존경을 받는 기업인이자 친아빠였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것보다 현실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더한 고통에 괴로워할 것입니다. 최지영과 이하늘은 용기를 내어 증언을 시작합니다. 더는 자신들과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그러나 나는 끝까지 살아낼 거예요. 엄마, 숨이랑 함께 살아남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언니의 존재를 드러내고 우리 곁에 살아 있게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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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김해원 지음 | 204쪽 | 2015년 | 사계절출판사

삼성 반도체 노동자 사망 사건을 다룬 「최후 진술」에는 자신의 죽음을 증명해야 하는 ‘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반도체 디퓨전 공정에서 온갖 화학약품으로 웨이퍼를 닦으며 죽어가는 딸의 병명이 백혈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엄마는 용감하게 버티며 싸웠습니다. 하지만 딸의 죽음 앞에서 합의금 액수를 궁금해하거나, 대기업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큰 상처를 받습니다. 엄마는 결국 이 싸움을 끝내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딸의 마지막 진술 때문이지요. 이 소설집엔 자신이 모른 척하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친구의 죽음을 다룬 「구토」 등 우리를 추락하게 만드는 현실을 어떤 식으로 살아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나는 살고 싶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정말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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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 딸, 달리다,』

이현서 지음 | 176쪽 | 2022년 | 단비




사실 우리는 저항의 DNA가 뼛속 깊이 박혀 있는 민족입니다. 크고 작은 역사의 순간마다 우리는 용기 내어 불의에 항거했지요. 90년 전 제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30년대 제주 해녀 항일운동은 해녀들의 생존권 문제에서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물질한 해산물을 제값에 받지 못한 상군 해녀 우도댁은 일본인 지정 상인에게 따지지만 까막눈이라 장부에 어떻게 기록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른 해녀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하고 난 다음 그는 의문의 죽음을 맞습니다. 일본 지정 상인들의 악행에 해녀들의 삶은 더 어려워지고, 해녀조합의 젊은 해녀들을 중심으로 저항의 마음이 커지면서 항일운동에 불을 당기게 되지요. 살기 위한 소박한 외침이 일제의 식민 지배에 저항하는 커다란 들불로 일어나는 역사 속 실제 사건을 생생하게 만나보세요. “자, 겁먹지 말고 힘내자. 우리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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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오탈자

각종 오자와 탈자 전문. 책으로 인생의 오류와 탈선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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