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전 때만 해도 우리의 고민은 일자리 반을 로봇에게 빼앗기게 되는 미래에는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였다. 그 후 불과 몇 년 사이에 자동차 조립의 95%를 로봇이 할 만큼 우리 생활 곳곳을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루의 일과를 알려주고 조정하는 비서 로봇,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운동량과 식사 메뉴를 정하는 닥터 로봇, 학습 능력을 관리하거나 취미와 재능까지 조절하는 교사 로봇….
로봇과 함께 살아갈 날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올 수 있구나 그런 확신이 드는 요즘이다.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 사회,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불안하고 걱정된다면, 다섯 권의 소설에서 그려지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미래 로봇들의 모습을 보면 조금 안도감이 들지 않을까?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홍한별 옮김|민음사|2021년 |488쪽
유전자 편집 기술의 향상으로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된 자리와 부가 보장되며 사회 주류로 편입하는 향상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로 나뉘는 미래 사회. 남다른 관찰력으로 공감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AF로봇 클라라는 햇빛 에너지로 작동되기 때문에 위기 때마다 태양에게 기도하는 좀 특별한 로봇이다. 마침내 클라라는 ‘향상’ 과정 중에 생긴 부작용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허약한 조시의 선택을 받아 시골 마을로 오게 된다. 이웃이라고는 ‘향상’을 선택하지 않는 릭 가족뿐. 조시는 따뜻하고 친절한 클라라에게 엄마와 오랜 친구인 릭보다 더 친밀감을 느낀다. 둘의 우정은 조시의 엄마 크리시의 수상한 요구로 차츰 벌어지게 되는데…. 엄마는 ‘향상’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조시 언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엄마는 클라라를 통해 조시가 죽고 나 이후를 준비할 무서운 계획을 세운다. 클라라는 엄마로부터 조시를 지켜낼 수 있을까?
<나를 보내지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가즈오 이시구로가 딸이 쉽게 읽을 수 있게 하려고 원래 계획한 이야기를 청소년소설로 고쳤다는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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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김영리 지음|특별한서재|2022년 |224쪽
로봇에게 금지돼 있는 예술가가 되겠다며 로봇-5089 팬이는 리셋을 거부하고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하던 열 살 소년 워리는 로봇처럼 살아간다. 자신이 로봇이라며 업그레이드 리셋을 요구하는 워리에게 로봇 심리학자 수전은 팬이가 자발적인 리셋을 받도록 설득하면 요구 사항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서로를 도무지 또 이해할 수 없어 매사 티격태격하던 팬이와 워리는 ‘예술은 고통’이라는 행위 예술가 위술과 만나면서 새로운 갈등에 휩싸인다.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과 로봇이 되고 싶은 소년은 좌충우돌하며 서로의 고통을 알아가는 동안 자신들의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50일간의 썸머』
유니게 지음|특별한서재|2021년|176쪽
내 취향과 마음을 알아주고 토 달지 않고 무슨 말이든 들어주는 완벽한 친구가 로봇이라면? 세 편의 단편을 통해 로봇과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묻게 된다.
표제작인 「50일간의 썸머」에서 모태 솔로 지유는 남자 친구가 되어준 인공지능 로봇 썸머와 함께 50일 동안 새콤달콤한 연애 감정에 빠진다. 「썸머 베케이션」에서 친구들의 오해로 학교에 나가지 못하던 채원은 채팅으로 만난 로봇 썸머를 통해 차츰 안정을 찾는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접은 채원은 용서를 구하며 다시 학교로 돌아와달라는 옛친구 하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고민에 빠진다. 「나의 인공지능 친구, 썸머」는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도망쳐나온 한빛은 할머니 식당의 단골 아저씨의 부탁을 받는다. 로봇 완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썸머와 대화하면서 위로를 받고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다.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음|허블|2020년|376쪽
기수의 안전을 위해 로봇이 대신 경마 기수로 뛰는 미래사회, 가정 형편 때문에 로봇 연구원의 꿈을 접은 연재는 경마공원에서 폐기 일보 직전의 기수 로봇 콜리를 만난다. 콜리는 연골이 다 닳아 더 이상 뛸 수 없는 경주마 투데이의 다리를 자르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낙마했던 것. 연재는 콜리의 부서진 몸을 고쳐주고, 휠체어를 타는 연재의 언니 은혜는 경주마 투데이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넷은 가까워진다. 그러는 사이 투데이의 안락사가 정해졌다는 말에 연재와 콜리는 투데이의 경기 출전을 계획한다. 경기 당일, 투데이는 무릎 상황을 무시한 채 갑자기 속도를 높이는데… 콜리의 선택에 울컥할지도.
『플로라』
소피 캐머런 지음|조남주 옮김|나무를심는사람들|2022년 |368쪽
외모와 기억, 사소한 버릇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죽은 언니를 대신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면? 첫째 딸이자 큰언니였던 ‘플로라’가 병으로 죽자 슬픔에 빠진 엄마를 보는 게 힘든 아일라는 인공지능 회사의 비밀 프로젝트를 신청한다. 얼마 후 언니가 남긴 디지털 데이터와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토대로 제작된 인공지능 로봇 플로라가 집으로 온다. 완전한 가족이 된 기쁨도 잠시, 누군가 집앞에 망가진 모니터를 놓고 가고 학교에서도 플로라의 가방에 ‘너는 기계야’라는 쪽지가 나온다. 아내와 딸들을 위해 마지못해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플로라는 진짜 딸이 아니라며 떠나버린 아빠, 영원한 15살로 살면서 사람들에게 계속 상처받아야 하는 플로라, 로봇이지만 사랑하는 플로라를 지켜야 하는 아일러…. 로봇이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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