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 저녁 8시. 늘 비극이 일어난 날짜와 시간만 기억하다가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을 기억할 날이 올 줄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대한민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파를 탄 순간은 모두의 기억 속에 영원히 박제될 거예요. 더불어 누군가는 필사적으로 지우려고 한 한국 현대사의 슬픈 비극을 이제는 전 세계가 알아버렸다는 아이러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하지요. 한강 작가의 결정적인 작품들과 거기에 덧대어 읽을 작품을 먼저 살펴봅니다. 노벨문학상을 원서로 읽는 기쁨, 그 기쁨을 누려봅시다.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 2014년| 216쪽
5.18의 비극을 다룬 이 소설이 나왔을 때는 세월호 참사 바로 직후였어요. 읽는 내내 서럽게 운 기억만 가득해요.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은 1980년 5월에서 2014년 4월로 우리를 데려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공감하게 했지요. 중학교 3학년 동호가 목격한 친구 정대의 죽음. 이후 합동분향소가 있는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 관리를 도우며 주검들을 위로하고 친구의 죽음을 떠올리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5.18 광주항쟁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또 다른 비극들과 이어져 있습니다. 작가는 왜 이 이야기를 써야만 했을까 고민하며 읽어보면 좋은 작품입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2015년(초판 1983년)| 창비| 328쪽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80년 광주와 이 작품이 연관되어 있다고 밝힌 린드그렌의 동화입니다. 병약한 소년 칼과 용감한 형 요나탄. 죽음의 예감에 둘러싸여 있는 칼에게 요나탄은 죽으면 ‘낭기열라’라는 아름다운 곳에서 신나는 생활을 하게 된다며 위로합니다. 하지만 집에 불이 나고 요나탄이 동생 칼을 업고 뛰어내려 먼저 죽습니다. 칼 역시 곧 낭기열라로 가고 그곳에서 건강한 몸으로 눈을 뜨지요. 낭기열라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자비한 독재자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두 소년은 엄청난 모험을 통해 사자왕 형제로 거듭나는데요, 《소년이 온다》에 이어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2021년 | 문학동네 | 332쪽
한강 작가는 이번엔 제주4.3의 슬픈 역사 속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이 작품 역시 《소년이 온다》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이 1980년 5월 광주에 대한 소설을 쓴 소설가 경하입니다. 제주도 중산간에서 목수 일을 하는 친구 인선이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하고 경하에게 연락해 경하는 갑작스레 제주도로 향합니다. 인선의 어머니가 열세 살에 겪은 수많은 주검과 구덩이. 1948년 4월 3일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세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주4.3은 왜?』
신여랑, 오경임, 현택훈 지음 | 2015년 | 사계절 | 184쪽
1948년 4월 3일. 이날 하나로 제주4.3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1947년 삼일절 기념식의 경찰 발포 사건을 시작으로, 1954년 가을 한라산 금족 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복잡하면서도 슬픈 현대사가 이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이 책은 7년 7개월 동안 이어진 4·3사건의 전개 과정에 따라 어린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여섯 개의 픽션에 담고 사건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논픽션으로 담아냈습니다. 기억을 공유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이 왜 중요한지를 우리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뼈아프게 깨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슬픈 비극들은 여전히 잊히고 왜곡된 채 남아 있습니다. 그러기에 5.18과 4.3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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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큐레이션 (제목을 클릭해주세요)5월 18일, 그날이 오면… 사십 년 전 그 아이들을 기억하렴.
우리 현대사의 아픈 기억, 제주 4.3사건 (독자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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