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의 아픈 기억, 제주 4.3사건 (독자맞춤)

코로나 전만 해도 해마다 수천만 명이 찾는 세계적 휴양지였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 제주. 이런 생각은 4.3평화공원에 다녀오면 많이 달라진다. 70년 전, 우리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4.3사건이 벌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1947년 봄부터 7년 7개월동안 국가 공권력에 의해 3만여 명의 제주민이 희생된 4.3사건에 대해 고 노무현 대통령도 ‘4.3은 국가적 범죄이며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명예회복을 위해 애쓰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된 진실 규명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4.3사건에 대해 알고 싶다는 딩동댕맘 님의 요청으로 4.3사건과 관련된 다섯 권의 책을 골라봤다.
 
제주 4.3사건과 관련한 책을 부탁하신 딩동댕맘님의 요청 큐레이션입니다.


『무명천 할머니』

정란희 지음|양상용 그림|위즈덤하우스|2018년|44쪽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이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묵직하다. 1949년 1월, 한림면 판포리에 습격한 토벌대를 피해 숨어 지내던 아영이네 가족. 음식을 구하러 집으로 간 아영이는 경찰이 쏜 총에 쓰러지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아래턱을 잃었다. 이 일로 아영이는 평생 말을 제대로 할 수도 음식을 씹을 수도 없게 되었다. 잃어버린 아래턱을 감추기 위해 평생 무명천을 두르고 다녀야 했던 진아영 할머니는 남의 밭일을 도와주고 해초를 캐며 힘겨운 삶을 살았다. 그녀의 슬픈 삶이 가슴먹먹한 감동과 미안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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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현기영 지음|창비|2015년|372쪽

7~8살 눈앞에서 친척들이 죽어가는 참혹한 현장을 본 후 그 트라우마로 말더듬이가 된 작가는 4.3사건을 얘기하지 않고는 평생 글을 쓸 수 없을 거라는 절박함으로 <순이 삼촌>을 썼다. 반공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던 1979년의 일이다. 제주 4.3사건을 처음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던 이 작품으로 작가는 감옥살이를 하고 고문까지 당했다. 토벌대에 남편과 아이들을 모두 잃은 순이 삼촌은 옴팡밭의 시체 더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지만 신경쇠약과 환청으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다. 이미 그때 죽었다던 순이 삼촌은 결국 30년 전 살았던 그 밭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대표작 <순이 삼촌> 이외에 처절한 살육현장을 재현한 <도령마루의 까마귀>, 폭도에 가담한 아버지를 둔 소년의 불안한 심정을 담은 등단작 <아버지> 등 4.3사건과 관련된 10여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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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 제주4·3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오멸 원작|김금숙 그림|서해문집|2014년|264쪽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토벌대와 목숨을 지키려는 제주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더 무게를 둔 영화 <지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이후 한국 영화 최초 선댄스영화제 대상 수상 등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를 세계적인 명성과 실력을 갖춘 김금숙 만화가가 그래픽노블로 재탄생시켰다. 제주 말로 감자를 뜻하는 ‘지슬’이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화해의 장치로 사용되는지, 부드러운 붓질로 관용과 기억, 위로와 화해로 재해석해 풀어놓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깊은 감동에 빠져들게 된다.

#그래픽노블 #영화지슬 #수묵화로담아낸4_3사건 #위로와화해 #지슬의의미 #만화로보는4_3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주 4.3은 왜?』

신여랑, 오경임, 현택훈 지음|사계절|2015년|184쪽

제주에 사는 청소년소설가, 시인, 동화작가가 피해자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4·3 현장 답사와 자료 조사 등 3년에 걸쳐 작업했다. 3.1절 기념식과 민관 총파업을 지켜본 순이, 무장대 토벌을 위해 마을 전체를 불태워버리는 초토화작전을 목격한 율생이, 무장대와의 전투 속에 가족을 잃은 병이, 인민유격대사령관인 이덕구 부대의 마지막을 함께한 칠용이 등 아이들의 눈으로 1947년 봄부터 1949년 봄까지 핵심적인 사건 현장을 그린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 뒤에는 “왜?”라는 질문에 함께 사건과 관련된 당시 상황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사진과 그림으로 덧붙였다. 픽션과 논픽션을 교차시킨 구성으로 독자들이 더욱 쉽게 4.3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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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제주 4.3』

고진숙 지음|한겨레출판|2020년|196쪽

고려의 삼별초 항쟁, 조선의 이재수의 난, 일제강점기의 해녀 전쟁 등 역사 속 제주는 늘 저항의 땅이었다. 해방과 함께 시작된 냉전체제하에서 가장 직접적인 희생양이 되었던 제주. 그중에서 애월, 조천, 표선 등지에 살던 희생자들의 개인사를 10개의 주제로 풀어 우리 현대사에서 지니는 제주 4·3의 의미에 다가가게 해준다. 또 ‘제주 역사’ 코너에 실린 해녀 항쟁, 궨당 문화, 민란과 장두 등의 내용은 그동안 몰랐던 제주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제주도 출신 작가가 꼼꼼한 사실 고증으로 제주 4·3을 시간순, 주제별로 엮어 4.3사건의 입문서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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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그날이 오면… 사십 년 전 그 아이들을 기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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