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찾아가는 ㅊㅊㅊ>에서 소개된 역사 관련 책들 중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4권의 책에 빠져 있던 대한제국 시대를 담은 책 1권을 추가했어요. 이 다섯 권의 책들은 기존의 연대기식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박물관 전시실, 만화, 다큐멘터리, 답사 안내서, 소설 같이 저마다 색다른 방식으로 씌여져 있어요. 일단 마음 끌리는 책을 잡고 한 시간만 읽다 보면 역사는 재미없고 지루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느낌을 받게 될 거예요. 이번 방학에는 만화책 읽듯, 박물관 둘러보듯 시작해 보실래요? 어쩌면 한 달 뒤쯤엔 ‘한포자’ ‘역알못’이었던 어제가 까마득한 옛 역사가 되어 있을지 몰라요.
『한국생활사박물관 1~12』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지음│사계절│2007년│총 1500쪽
선사시대부터 대한제국 이전까지의 역사를 나라별로 나누고 또 역사책에 거의 나오지 않는 가야, 발해, 북한의 역사까지를 모두 12권에 담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시대를 재현해 놓은 여섯 개의 전시실을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는 것처럼 구성돼 있는 것. 해당 시대를 몇 장의 그림과 사진으로 요약해주는 야외전시실, 그 시대의 주요 사건이나 생활 모습을 한 편의 소설로 보여주는 주전시실, 다양한 유물과 문화재를 조명해주는 특별전시실, 유적 발굴이나 문화재 제작 과정을 직접 겪는 것처럼 꾸민 가상체험실, 그 외에 강의 형식의 특강실, 다른 나라와 비교 정리해주는 특강실로 이루어져 있다.
또 글과 사진이 거의 반반이어서 글 읽는 데 싫증날 만하면 사진과 그림이 나와 책 읽는 지루함을 잊게 해준다. 대부분의 역사책처럼 인물, 왕조, 전쟁의 역사가 아닌 의식주와 종교, 예술, 문화 등 보통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고 있어 몇 시간동안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관심 있는 시대를 골라 읽다 보면 저절로 다음 책을 집어들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책이다.
#한국통사 #글반그림반 #선사시대에서대한제국까지 #전12권 #박물관전시실구성 #보통사람들의생활사 #타임슬립의생생한재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0』
박시백 지음│휴머니스트│2015년│총 4732쪽
조선 건국에서부터 국권을 빼앗긴 한일병합까지 조선 왕조 5백년 역사를 만화에 담았다. 2천여 권에 달하는 조선왕조실록을 국왕별로 나눠 20권에 담았는데 역사학자들로부터 조선 왕조사를 생생하게 되살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책의 저자인 박시백 화백은 10년에 걸쳐 혼자서 이 방대한 작업을 했는데 실록의 내용을 충실하게 담았을 뿐만 아니라 임금 27분이 똑같은 곤룡포를 입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같은 모습이 없을 정도로 얼굴과 풍채, 버릇까지 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에 나온 사료에 근거해 그렸다.
현재까지 300만 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이 시리즈의 4권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졌다. 2015년에는 독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 더 밝혀진 사실을 반영해 개정판을 내기도. 당쟁, 사화, 세도정치, 권력 암투 등 조선 왕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깰 수도 있고 일주일에 두 권씩 읽어도 두 달이면 조선 왕조에 관한 한 전문가 수준이 될 수 있다. 초등학교 때 와이 시리즈를 한 권쯤 읽었거나 두꺼운 책은 읽기 힘든 청소년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다.
『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유씨북스│2018년│260쪽
<표석을 따라 경성을 거닐다>의 후속편으로 전편이 일제강점기의 경성을 다뤘다면 이 책은 구한말 한성의 풍경을 담고 있다. 대한제국 황제 고종이 만든 62개의 표석을 따라 개화와 근대화의 격변기를 보낸 20세기 초 서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현실은 근서구 열강들의 각축장인 될 만큼 암울했지만 가로등이 켜지고 도심에는 전차가 달리고,
곳곳에 신문사와 여학교, 교회가 생길 만큼 번화하고 활기찼다.
동아시아 최초로 전깃불을 밝혔던 건청궁과 향원정,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국립병원인 제중원 터, 화기도감과 성삼문 선생의 생가터, 중등교육의 발상지 등 3개의 표석이 서 있는 정독도서관, 왕실의 꽃과 과일을 관리했던 도서관 서북쪽 담장 아래 장원서 터, 근대 신문을 발간했던 신문사 길 등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백 년 전 한성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역사인문서 #62개의표석과대한제국 #표석을따라걷는역사답사 #100년전한성풍경 #답사하며개화기근대사를배워요 #읽기쉬움
『다큐멘터리 일제시대』
이태영 지음│휴머니스트│2019년│412쪽
을사조약이 체결된 1905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 매해 대표적인 사건을 당시 신문·잡지에 실린 광고와 기사, 그간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지식e채널>을 보듯 것처럼 구성돼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인 저자는 근현대사를 가르치면서 일제강점기가 항일과 친일의 역사로만 기억되는 것도, 독립 투쟁과 독립전투, 항일운동 연대기 등 외워야 할 게 너무 많아 힘들고 재미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저자는 이런 학생들의 고초를 반영해 영웅, 독립운동사 같은 딱딱한 내용보다는 당시 사람들이 어떤 꿈을 꾸고 어떻게 일상을 보냈는지 마치 연작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보여주고자 했다. 예를 들면 정미7조약이 있던 해 항일의병운동이 일어난 그 장소에서 경성 시내 학교들의 대규모 운동회가, 청산리전투가 있을 때는 학생들은 금강산,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매해마다 있었던 중요한 사건, 그 당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되었던 사회적 현상에 대해 보여주고, 그 사건이 나중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꼼꼼하게 짚어준다. 모두 250장면으로 구성돼 있고 한 장면당 1~2쪽으로, 또 관련 사진까지 들어 있어 쉽고 재미있게, 또 년도 별로, 관심 있는 사건이나 인물 별로 골라 읽을 수도 있다. 당연히 아무 페이지나 읽어도 재밌다.
#역사 #일제강점기를230장면으로 #보통사람들의일상에초점 #년도별사건별로구성 #읽기쉬움 #한장면당한두쪽 #골라읽는재미
『광장에 서다』
김소연, 정명섭, 은이결, 윤혜숙, 임어진, 주원규, 최영희 지음│별숲│2017년│256쪽
소설로 읽는 한국 현대사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광복 이후부터 촛불집회가 있었던 최근까지 우리 현대사를 십 년 단위로 나누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건을 당시 청소년의 시선으로 그린 단편 소설집이다.
40년대에는 해방 후 혼란스러웠던 이념 대립을, 50년대에는 한국전쟁을, 60년대에는 4.19혁명을, 70년에는 노동 문제를 수면으로 떠오르게 했던 재단사 전태일 열사 이야기, 80년대는 6월 민주항쟁, 90년대에는 IMF 외환위기, 2000년대는 촛불집회를 다루고 있다. 시대적 상황을 구체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 지난 세대의 청소년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견디고 살아왔는지, 우리 현대사 면면을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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