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깝고도 먼

오늘은 청소년 독자 해랑이님이 신청하신 주제로 꾸며봅니다. “가족 때문에 힘들어요. 가족이라고 꼭 제가 다 이해해야 하나요?” 아마 이런 고민은 단지 해랑이님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가 가족이니까요. 이번 기회에 가족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리해보면 좋겠다 싶어 열심히 준비해봤습니다. 해랑이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2019년 │280쪽 │

누구나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지 않나요? 어른 되면 친구들이랑 모여 살면 좋겠다고.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여전히 늙어서라도 실현해보고 싶은 꿈으로 간직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여자 둘이 모여 부부의 형태가 아니라 한 식구가 되어 사는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는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요. 셰어하우스와는 또 다른 개념으로 말 그대로 두 사람과 고양이 네 마리가 한집에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1인 가구 비율이 점점 커지는 한국 사회에서 싱글 라이프라는 원자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결합의 ‘분자 가족’이 탄생하는 걸 저희 모두는 지켜보고 있어요. 이 책처럼 가족이 꼭 혈연으로 맺어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만 해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가족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조금 가벼워지리라 믿어요.

#여자둘이살고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에세이 #분자가족 #지금곁에있는사람이내가족


『가족입니다』

김해원·김혜연·김혜진·임어진 지음│ 바람의아이들 │2021년 │ 220쪽│

2010년에 『가족입니까』라는 앤솔러지로 나온 기획 청소년소설을 10년 뒤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의미로 다시 기획한 소설집이 바로 『가족입니다』예요. 『가족입니까』가 청소년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질문하고 생각해보도록 이끄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그동안 가족의 의미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잘 반영하면서도 지금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묻습니다. 여행 가면 백 퍼센트 싸우게 되는 게 가족이고, 가족 중 누가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하면 내내 눈치를 봐야 하고, 갑자기 공개적으로 속마음을 비치는 거 세상에서 제일 싫은데 꼭 아빠 엄마는 엉뚱한 타이밍에 자기 속내를 비쳐 사람을 당황시키기도 하고요. 이런 가족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다 마찬가지인가 봐요. 하지만 지진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는 한마음으로 서로를 위하게 되는 것도 가족이지요. ‘한국항공 창사 30주년 가족 사랑 여행기 공모’라는 재미있는 설정과 4편의 가족 여행이 보여주는 결과는 사뭇 다르지만 십 대의 눈으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볼 만한 책이에요.

#가족입니다 #앤솔러지 #한국소설 #가족여행 #빗방울 #기온거리의찻집 #크로아티아괴담투어 #비바라비다


『춘란의 계절』

김선희│ 자음과모음│2022년 │196쪽

출생의 비밀은 가족 서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 중 하나이지요. 이 소설의 주인공 춘란은 열 달 동안 배 속에서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걸 모르는 무지한 청소년 산모가 수업 시간 중 화장실에서 자신을 낳았다는 드라마틱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어요. 하지만 현실에서도 대부분 그렇듯이 이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뒤에 가면 밝혀져요. 춘란은 정작 엄마 얼굴은 본 적도 없고, 싱글인 아빠는 끊임없이 연애를 해요. 그러다 여덟 번째 여자 친구가 춘란의 새엄마가 되면서 춘란은 엄마와 어린 여동생까지 더해진 4인 가족의 구성원이 되지요. 춘란은 이제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요?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서 춘란의 좌충우돌 연애사도 시작돼요. 춘란은 이름도 개명하고 새로 또 가족이 생기지만 결론은 해피엔딩! 막장 드라마가 탄생할 것 같은 설정이지만 이런 가족 덕분에 춘란은 마음속에 사랑을 품게 되었답니다.

#춘란의계절 #김선희 #가족 #장편소설 #한국소설 #출생의비밀 #재혼가족


『페인트』

이희영 │창비 │2019년 │204쪽




면접을 봐서 부모를 내 맘대로 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부모가 될 어른들은 긴장하고 면접관이 된 우리는 꼼꼼하게 내 맘에 쏙 드는 부모를 택할 수 있을까요? ‘페인트’란 페어런츠 인터뷰를 줄여 부르는 아이들만의 은어인데,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미래 사회, 국가가 아이들을 양육하는 정부기관 NC센터에서 주인공 제누는 까다롭고 날카롭게 부모 면접을 봅니다. 면접을 보러 온 어른들은 진짜 부모가 되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아이를 입양하면 얻게 되는 각종 혜택을 바라는 걸까요? 대부분 아이들이 가족한테서 큰 상처를 받는다는 건 현실에서건 소설에서건 통하는 진실인가 봐요. 책에서는 가족이기에 받는 상처와 아픔을 부모 면접 과정을 통해 전면에 드러내요. 이것만 봐도 우리고 엄선해 고른 부모라도 막상 가족이 되면 결국 행복하지만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요. 가족은 그런 존재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질지도 몰라요.

#페인트 #이희영 #장편소설 #가족 #SF #부모면접 #미래사회


『맨홀』

박지리 │사계절 │ 2017년 │ 280쪽




사실 가족이어서 모두를 힘들게 하는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은 박지리 작가의 『맨홀』이에요. 이 작품은 최근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0x1=LOVESONG(제로바이원러브송,이라고 읽는다 하네요. 저는 읽지도 못하는 옛날사람ㅠㅠ) 뮤직비디오 서두에 소개가 되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뮤직비디오에 대한 해석을 제대로 하려면 박지리의 『맨홀』을 읽어라 할 정도로. 밖에서는 의인인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가 집에서는 의처증에 가족을 학대해요. 그래서 주인공 소년은 어릴 때부터 아빠가 집에서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면 누나와 함께 공사 중인 아파트 건설 현장의 맨홀 속으로 도피하지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아빠가 어느 날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구하다 순직하자 엄마와 누나는 어떻게든 자신들의 상처를 봉합한 채 살아보려 하지요. 하지만 소년은 그게 안 돼요. 가족 비극의 끝판왕이라 할 정도로 이 작품은 모두가 공감하고 안타까워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우리가 비록 이런 현실에 처해 있지 않다 할지라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에요.

#맨홀 #박지리 #가정폭력 #장편소설 #가족 #한국소설 #인생오탙자

관련 큐레이션 (제목을 클릭해주세요)
아빠,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는 책
형제애를 다룬 책: 형제, 전생에 원수가 아니었을까?
 

인생오탈자

각종 오자와 탈자 전문. 책으로 인생의 오류와 탈선을 배웁니다.

 
 

ㅊㅊㅊ에 실린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이미지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저작물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다운로드, 인쇄, 복사, 공유, 수정, 변경할 수 있지만, 반드시 출처(bookteen.net)를 밝혀야 합니다. (CC BY-NC-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