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속담이 있다. 대개 약물을 구성하는 성분들이 쓴맛을 가진 것이 많기도 하거니와,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어려움을 참아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약이 쓰다고 해서, 굳이 쓴 맛을 감수하며 억지로 삼킬 필요는 없다. 당의정이란 것이 있으니까. 당의정(糖衣錠, Sugar-coated table)이란 ‘설탕 옷을 입은 덩어리’라는 뜻처럼, 달콤한 물질로 쓴 약을 감싸 먹기 쉽게 만든 약을 말한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당의정같은 책이라면, 만화책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픽션이라는 또다른 양념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몸에 좋은 약이 입에도 달고 색깔도 예쁜’ 격이다. 픽션으로 포장해 만화로 그려낸 과학적 소재들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만화책들을 골라보았다.
『일하는 세포』
시미즈 아카네 지음 |학산문화사| 2016|180쪽
오늘 막 산소 배달일을 시작한 적혈구 AE3803은 의욕충만한 신입세포이지만, 심각한 길치라서 매번 산소 박스를 들고 모세혈관 말단에서 헤매기 일쑤다. 도대체 이 몸은 왜 이렇게나 크고 복잡한지. 어리버리한 신입 적혈구 뒤를 따라다는 하얀 그림자가 하나 있다. 골수구 시절부터 함께 자란 호중구(백혈구의 일종) U-1146, 그의 임무는 우리 몸을 호시탐탐 노리는 각종 세균들을 찾아내 이들을 처단하는 것인데, 저 신입 적혈구는 왜 하필이면 세균들이 몰래 들어온 곳으로만 골라서 길을 잃어버리는 건지… 오늘도 적혈구 뒤에서 세균들을 묵묵히 해치우는 호중구의 하루가 시작된다. 이들의 시끌벅적한 하루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호산구와 T세포와 B세포, 수지상세포, 대식세포, NK세포 등 다른 면역세포들의 역할을 구별할 수 있게 되고, 질병의 원인과 지혈의 원리와 장기의 역할에 대해 저절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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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약국』
타카야마 리즈 지음|keepout 그림|이은주 옮김|대원씨아이|2019 |310쪽
치료할 약물이 없는 난치병으로 손도 못 쓰고 사랑하는 동생을 잃은 소년은 자라서 뛰어난 약학자가 된다. 세상 누구도 약이 없어서 죽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매진하던 그는 겨우 30대의 나이로 과로사하고 만다. 하지만 눈을 뜬 그는 어찌된 일인지 왕을 치료하는 궁중약제사의 열 살짜리 아들이 되어 있었다. 평생을 냉철한 약학자로 살아온 기억을 고스란히 가진 그에게 기괴한 생약을 처방하고 주문과 주술이 난무하는 이 시대의 의료현실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하지만 곧 그는 이세계로 넘어온 자신에게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알 수 있는 눈과 머릿속으로 화학구조를 상상한는 것만으로도 약물을 합성할 수 있는 손을 가진 이상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저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찌되었든 이 능력만 있다면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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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시몬』
이시카와 마사유키 지음 |시리얼 | 2015 |224쪽
모 대학 농대에 신입생으로 입학한 사와키, 작은 체구의 왜소한 신입생이지만, 그에게는 커다란 비밀이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들을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을 하나하나 구별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심지어 그들을 조정할 수도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미생물 역시도 사와키를 알아보고 인간들에게 뭔가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그를 찾아와 귀찮게 굴기도 한다. 이런 그가 발효식품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과에 입학했으니 매일매일이 시끄러울 수 밖에. 술과 빵과 된장을 만드는 세균과 곰팡이, 각종 식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병균과 바이러스들이 우글거리는 이야기들을 보고 나면, 덤으로 아세토박터 아세티, 이쉐리시아 콜라이, 락토바실러스 카세이 같은 미생물들의 이름이 저절로 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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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터』
네온비 글|캐러멜 그림 | 중앙북스 | 2021 |320쪽
키 163cm에 몸무게 92kg의 고도비만 여성 신수지. 성격 좋고 마음씨 착하고 일도 잘하는 만능 직장인이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겉모습만 보고 그녀를 게으르고 너절한 인간 취급한다. 이렇게 될 때까지 그녀라고 다이어트에 대해서 담을 쌓고 살았겠는가. 단기간에 수십kg 씩 감량해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돈도 날리고 건강도 잃은 경험이 부지기수인지라 그저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할 뿐. 그냥 그 정도라면 남의 눈길 따위야 신경끄고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부푼 몸은 급기야 그녀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그런 그녀 앞에 사기꾼 기질이 농후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트레이너 서찬희가 등장한다. 그녀는 이번에는 과연 진짜로 살을 빼고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다이어트를 둘러싼 온갖 헛소문과 과장광고를 걷어내고, 건강한 다이어트의 정석을 제대로 알려준다. 간간히 등장하는 수지나라 지방대장과 꽃지방, 꼬마근육과 뇌부장의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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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읽자! – 청소년에게 권하는 만화책
과학책보다 더 흥미로운 청소년 과학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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