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시간

가족이 큰 병에 걸리면 세상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지는 것 같아요. 즐거운 일도 없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와 대화를 나눠도 큰 바위가 마음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근심 가득입니다. 그럴 때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아팠던 경험을 담은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비슷한 아픔을 겪는 이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요. 힘든 시간을 어떻게 건넜는지 힘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이명희 지음│에트르│2022│168쪽

이 책은 참 아픈 이야기인데요. 저자의 구체적인 경험을 담고 있답니다. 저자는 예정일보다 3개월이나 일찍 아이를 낳았어요. 태어난 아기 몸무게가 겨우 1kg이었어요. 오른손을 거의 못 쓰고 뇌성마비 증세를 보였지만, 아기는 부모님과 의사소통을 하고 가족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자랍니다. 그런데 네 살이 되었을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뇌 손상을 입고 사지가 마비되고 시력을 잃습니다. 저자는 ‘누워 있는 아이’의 엄마로, 살기보다 버텼고, 삶을 즐기기보다 그저 견뎠습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고 아이들 두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상상에 그쳤지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매순간 절망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아이를 안고 돌보면서 살아갑니다. 삶을 밀고 나갈 수 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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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안 괜찮다 1~2』

휘이 지음│사계절│2022│전 2권 총798쪽

엄마가 치매에 걸렸습니다. 딸 지호는 7년 넘게 사귀어온 남자친구와 곧 결혼을 하기로 했고요. 딸이 결혼해서 집을 나가면 엄마는 혼자 살아야 하는데, 치매에 걸린 엄마는 혼자 살 수 있을까요?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점점 달라집니다. 친구 이름을 까먹고, 다니던 길을 잃어버리고, 늘 하던 일을 잊습니다.
딸은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고 결혼하면 될까요. 아니면 자신의 삶을 버리고 지극정성으로 엄마 간병을 하는 효녀가 되어야할까요. 현대사회에서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는 상황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의 치매는 드물지 않은 일이 된 것이지요.
이 책은 지호와 엄마, 개별적 상황을 다루었지만 사회 제도를 생각하게 합니다. 환자가 있더라도 나머지 가족이 건강하고 성실하게 일상을 영위하면서 환자를 돌볼 수 있어야겠지요. 그러려면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려워요. 여러 사람이 사회적 돌봄을 말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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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김선영 지음│Lik-it(라이킷)│2019│232쪽

김선영 저자는 종양내과 14년차 의사입니다. 3시간 동안 평균 40명의 환자를 만난다고 해요.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의사는 환자에게서 죽음이라는 장막을 조금씩 걷어내어 그 아래 약간의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는 사람이라고요.
저자가 의사로서 가장 힘든 일은 어린 자녀를 둔 환자에게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하네요. 저자도 어린 자녀를 두었고, 자신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요. 저자는 어린 자녀를 두고 곧 세상을 떠날 자신의 환자에게 편지를 썼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어요.
“슬픔은 영원히 괴로워해야 할 낙인 같은 것은 아니에요. 슬픔을 안고 산다고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당신을 기억하고 슬퍼하겠지만, 그것이 그 아이의 행복을 갉아먹진 않을 것이니, 먼 곳에서도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옵니다. 죽음은 특별히 불행한 사람만을 찾아가는 비극은 아니니까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사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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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돌봄』

조기현 지음│이매진│2022│208쪽

조기현 저자는 앞서 출간한 저서 『아빠의 아빠가 됐다』에서 스무 살의 나이에 아빠의 보호자가 되고 아빠의 간병인이 되어 살았던 9년의 기록을 이야기했었지요. 이 책은 저자가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 일곱 명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기록입니다.
이렇게 질병, 장애를 겪는 가족을 돌보는 청년을 ‘영 케어러’라고 부른다고 해요. ‘청년’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일궈야하는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청년들이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취지에서 저자는 개인 돌봄을 넘어서서 가족 돌봄, 지역 돌봄, 국가 돌봄을 제안합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안전한 돌봄 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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