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흥미진진한 SF소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우주항공산업의 선두국가로 올라섰는데도 국어 교과서에 SF소설 한 편 실려 있지 않다. 청소년들에게 SF소설은 달라질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어른이 돼 부딪치게 될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미리 상상해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미래 교과서이다. 50년 후 어떤 사회일지 또 어떻게 살게 될지 알고 싶고 궁금하지만 딱딱하고 지루하고 어려운 과학책과 SF소설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짧고 가벼운 SF단편소설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궤도를 떠나는 너에게』

임어진 지음|낮은산|2021년 |176쪽

복제인간과 안드로이드 로봇과 함께 살아갈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에 의해 일상이 통제된다면 온전히 자유로운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단편집은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 사회가 배경이다. 언니가 아닌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복제인간, 편리함 때문에 아무런 경계심 없이 살다가 갑자기 홈케어 시스템에 갇히는 가족, 니르 순환선의 폭파로 인해 동생을 잃은 후 부모와는 달리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제거하기를 거부하는 언니, 해체당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이야기가 실려 있다.

#궤도를떠나는너에게 #임어진 #복제인간 #인공지능시스템 #기억제거수술 #골라읽는재미 #책보드레


『데스타이머』

전성현 지음|사계절|2022년 |180쪽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상상도 못한 일이 충분히 벌어질 만한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 실린 단편은 소설은 50년, 100년처럼 먼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부딪치게 될 예상 가능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수명 예측 앱이 내일 죽는다고 알려준다면? 늘 들락거리던 줌 화면 속에 갇혀 버린다면? 또다른 시공간의 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어젯밤 내 꿈이 국가기관에 의해 수집되고 있다면? 작가가 던진 이런 질문이 코로나 이전이라면 섬찟하고 오싹했겠지만 가능한 상황에 대해 제법 담대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어요.

#데스타이머 #전성현 #근미래사회 #수명예측앱 #고대박테리아 #평행세계 #줌수업


『국립존엄보장센터』

남유하, 원종우, 김이환, 김주영, 김창규 지음|서해문집|2022년|160쪽

이 단편집은 세월호, 코로나19, 기후위기, 10.29 참사 같은 평범한 일상이 재난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미리 미래를 경험해 볼 수 있게 기획된 책이다. 국어과 선생님의 입김이 들어갔으니 재미없고 고리타분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빈곤층 노인은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라’는 센터의 메시지를 거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죽음을 선택하고, 영생의 혜택 대신 스스로 거대한 무덤이 되는 이야기, 보살핌을 대가로 인간의 결정권을 대신하는 인공지능과의 공존 등 갖가지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인간다운 선택을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다섯 이야기가 실려 있다.

#국립존엄보장센터 #남유하_원종우_김이환_김주영_김창규 #생존수영법 #인간의존엄성 #선택의문제 #사이언스픽션


『별별사이』

윤김동식, 김주영, 전삼혜, 홍지운 지음|우리학교|2021년|148쪽

나와 똑같은 감각을 갖고 있는 ‘세컨드 보디’가 나 대신 거리를 활보하고 감정 에너지 파이프에 의헤 내 감정과 기분이 조절되고, 여의주와 파충류 눈을 가진 드래곤 혼혈아가 짝사랑을 고백하고, 욕을 할 때마다 입에서 끔찍한 벌레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상상 초월의 상황 속에서 미래 사회의 소년소녀들은 어떤 사춘기를 보낼까? 이런 괴상한 미래를 살면서도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특별하지만 외로운 열다섯 사춘기 청소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과 인생을 살아가는 게 기특하지 않나요?

#별별사이 #김동식_김주영_전삼혜_홍지운 #사춘기 #사랑과우정 #욕벌레 #혼혈가족 #감정에너지파이프 #세컨드보디 #의외의반전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켄 리우, 왕콴유, 홍지운, 남유하, 남세오 저 외 8명 지음|알마|2021년 |500쪽

옛이야기와 SF, 고추장에 발사믹 소스를 섞은 것 같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한번쯤 들어본 옛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잘 나가는 켄 리우는 우리나라 칠월칠석 이야기를 이별의 앞둔 중국의 소도시 허페이에서 벌어지는 십대 연인의 사랑 이야기로 변주했고 중국과 일본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낯선 이야기와 설문대 할망, 서복 설화, 원천강 오늘이, 용두암 설화, 산신과 마마신 등의 설화를 새롭게 해석한 이야기도 있다. 일단 신화 속 인물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증을 유지하며 한 편 한 편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곱번째달일곱번째밤 #켄리우_왕관유_홍지운_남유하_이명인_이경희 #설화와SF소설 #원천강오늘이 #칠월칠석이야기 #설문대할망 #새로운해석


관련 큐레이션 (제목을 클릭해주세요)
나만 바라보는 인공지능 친구가 있다면?
지구인은 식상해! 외계인이 내 취향?

책보드레

 

책 읽자고 꼬드기는 사람. 안 넘어와도 미워하지 않아요

 

ㅊㅊㅊ에 실린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이미지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https://bookteen.net/wp-admin/users.php
 

모든 저작물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다운로드, 인쇄, 복사, 공유, 수정, 변경할 수 있지만, 반드시 출처(bookteen.net)를 밝혀야 합니다. (CC BY-NC-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