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구미호? 한국적인 상상력의 매력

세계의 친구들과 함께 읽는 한국계 작가들의 책 K팝, K드라마, K무비…… K콘텐츠가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외국에서 한국 음식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국 국내에서 기획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성장한 한국계 작가의 창작물이나, 한국계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서사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소설로도, 영상으로도 큰 사랑을 받은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처럼요. 오늘은 여러분께 한국계 작가가 쓰고, 한국어로 번역되어 우리에게 소개된 책들을 소개합니다.


『드래곤 펄』

이윤하 지음|송경아 옮김|사계절|2020년|420쪽

『드래곤 펄』이 처음 제 눈길을 끈 건 이로우 작가님의 아름다운 표지 그림 덕분이었습니다. 표지 속 신비로운 매력의 인물에 반해 책장을 펼치곤, 그대로 이야기에 빠져들었지요. 알고 보니 이윤하 작가님은 이미 첫 작품으로 한국계 작가로서는 처음 휴고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되며 세계 SF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분이었습니다. 첫 작품 『나인폭스 갬빗』에 이어 『드래곤 펄』 역시 구미호 설화를 모티프로 한국적 이미지와 결합한 독창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를 선보입니다. 열세 살 구미호 ‘민’이 ‘드래곤 펄’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드넓은 은하로 모험을 떠난다는 줄거리만으로도 이미 ‘구미호’에 홀린 듯 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리란 예감이 들지 않나요? SF로서의 독보적인 재미뿐 아니라, 한국 독자만이 느낄 수 있는 숨겨진 묘미까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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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이윤하 지음|송경아 옮김|창비|2023년|376쪽

『드래곤 펄』을 읽고 ‘이윤하 월드’에 첫발을 들이셨다면, 따끈따끈한 신작 『호랑이가 눈뜰 때』를 이어서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드래곤 펄』의 주인공 ‘민’이 열세 살 구미호였다면 이번 소설은 호랑이령 주황 부족의 열세 살 ‘세빈’이 우주군에 입대하며 시작됩니다. 공용어가 한국어이고, 공식 의복이 한복인 세계를 배경으로 또 한번 박진감 넘치는 우주 활극이 펼쳐지지요. 속도감 있는 전개에 몰입해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흥미진진한 반전과 마주하고 놀라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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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지음|강나은 옮김|돌베개|2021년|336쪽

『호랑이가 눈뜰 때』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곧바로 ‘호랑이’가 제목에 들어간 또 한 권의 인상적인 소설이 떠올랐어요! 바로 뉴베리상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은 작품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죠. 한국계 여성 작가 태 켈러가 쓴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은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라 불리는 소녀 ‘릴리’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모험에 뛰어드는 성장담입니다. 이야기의 힘, 가족 간의 사랑,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등의 주제가 우리 옛이야기의 마법적인 상상력과 어우러져 펼쳐집니다. 『호랑이가 눈뜰 때』와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은 장르는 각각 다르지만, ‘호랑이’라는 키워드 외에도 서로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닮은 듯 다른 두 작품을 통해 우리 내면에 잠재된 용기와 스토리텔링의 힘을 나란히 마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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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정혜윤 옮김|문학동네|2022년|408쪽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 중에서도 주목받는 한국계 작가가 있습니다. 『H마트에서 울다』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 미셸 자우너의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한 젊은 한국계 미국인 뮤지션이 쓴 예술가로서의 성장담인 동시에, 세상을 떠난 엄마를 추억하는 회고담이기도 하지요. 평범한 모녀처럼 엄마를 사랑하고, 평범한 모녀만큼 엄마를 미워하기도 했던 작가가 엄마와 함께 나눈 한국 음식들을 통해 그리움을 달래고 애도로 나아가는 시간들이 뭉클하게 그려집니다. ‘맛’만큼 추억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것도 드물지요.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음식은 ‘맛’으로 기억되기도 하지만, 함께 나눈 ‘사람’으로 더 특별하게 남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만의 추억 속 소중한 음식들을 하나씩 떠올려 봐도 좋겠습니다.

#H마트에서울다 #미셸자우너 #정혜윤 #에세이


 
 

순돌

장래희망은 등대지기. 누군가에게는 책이 등대가 되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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