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어디에나 있는, 언제나 필요한

곰팡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온갖 다채로운 색깔과 함께 곧 ‘우웩~’라는 의성어가 떠오르곤 한다. 냉장고 구석에 방치되었던 식빵에서 피어나는 초록색 곰팡이, 오래된 반찬통 내부에서 자라는 흰색과 주황색과 분홍색의 곰팡이, 구석지고 습기찬 곳이면 더덕더덕 달라붙은 시커먼 곰팡이, 잘 씻지 않은 누군가의 발가락 사이에서 꼬릿꼬릿 자라나는 무좀의 흔적들 같은 것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팡이 입장에서는 억울할만도 하다. 쫄깃하고 맛있는 버섯도, 폭신폭신하게 빵을 부풀리는 효모도, 맛깔나는 된장을 만드는 누룩곰팡이도, 인류를 세균성 감염병에서 구해준 푸른곰팡이도 모두 곰팡이로 통칭되는 진균류에 속하기 때문이며, 이들 없이는 인류의 삶도 상당히 팍팍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필요하지만, 누구에게든 환영받지 못해 억울한 곰팡이의 진면목을 한 번 알아보자.


『나는 곰팡이다』

정다운 지음|너머학교|2018|160쪽

곰팡이는 왜 곰팡이일까. 원래 곰팡이의 이름은 ‘곰’이었는데, 곰은 ‘피는’ 것이라 곰만 단독으로 쓰이기 보다는 ‘곰피다’라고 쓰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단다. 그러다 보니 곰피다가 아예 하나로 묶여져 곰팡이가 되었다는 이야기. 곰팡이를 연구하다가 곰팡이와 사랑에 빠져버린 연구자가 곰팡이와 하나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웃는 곰팡이만큼 유쾌한 곰팡이 연구자의 흥미로운 곰팡이 이야기. 내용도 어렵지 않게 쉽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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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코스피어』

박현숙 지음|계단|2022|288쪽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만들고 도시의 곳곳에서 저마다 제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곰팡이을 비롯한 작은 분해자들도 ‘로스 미크로비오스(Los Microbios)’라는 저들만의 도시를 만들고 제각기 할 일을 하며 살아간다. 같은 도시에 산다고 해도 더 번화한 중심가를 선호하는 사람과 한적한 교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듯이, 이 작은 분해자들 역시도 로스 미크로비오스에서 선호하는 지역이 있고, 각각의 지역 환경에 맞는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도시가 커지면 위성도시가 생겨나는 것처럼, 가장 최외곽에 서식하던 존재들은 원래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에 또 다른 로스 미크로비오스를 만들며 그들만의 도시를 확장해가기도 한다. 이처럼 곰팡이의 생활사와 네트워크는 사람의 그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우리와 너무나도 닮았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곰팡이의 삶과 네트워크를 들여다보며 비교하는 일은 생각보다 흥미롭다. 그 이야기 사이사이 드러나는 곰팡이 연구자로써 살아가는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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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김은영 옮김|아날로그|2021|464쪽

곰팡이에 의한, 곰팡이에 대한, 곰팡이를 위한 모든 것을 담은 책.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이나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큰 존재이며, 세상 모든 것을 분해하여 모든 생명이 다시 살아갈 수 있게 생태계의 원활한 순환을 돕는 존재가 바로 곰팡이다. 곰팡이의 가장 큰 역할은 생태계의 모든 존재들을 연결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곰팡이로 인해 생물들은 각자 독립적인 존재이면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이어진다. 곰팡이가 어디에서나 피어나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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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퍼블리온|2023|432쪽

믿고 보는 소설가 김초엽의 새로운 장편소설. 언제부터인가 지구에는 모든 생물을 감염시키는 범람체가 등장한다. 범람체에 감염되면 몸에서는 버섯의 균사가 자라나고, 온갖 종류의 곰팡이들의 끈쩍한 점액이 뒤덮인 채 산채로 부패한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침범하는 범람체에 밀려 인류는 지상을 버리고 지하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다. 인류는 과연 범람체들의 무차별적 침탈을 피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희망없는 세상에서조차도 삶의 의미를 저버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능숙한 김초엽 작가는 이번에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균류의 특성을 주요 소재로 삼아 생존과 공존의 의미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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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과학책을 읽고 쓰고 알립니다. 해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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