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집 막내 아들로 환생하고 싶나요? 데뷔 못 하면 죽는 병에 걸려 아이돌 서바이벌에 참여하시겠어요? 아니면 그동안 내가 읽은 소설이 현실로 나타나 결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김독자처럼 되고 싶나요? 요즘 빙의물, 회귀물, 인생 N회 차 작품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지요. 이건 아마도 이번 생은 망했다는 느낌이 들어서가 아닐까요? 과연 인생 N회 차가 현실에서 가능할까요? 조금은 더 현실성 있는 소설들과 함께 나의 인생 N회 차를 논해봅시다. 분명한 건 하루 지나고 다음 날이 되면 우린 새롭게 24시간을 시작하는 거라 날마다 인생을 갱신하고 있다는 거. 나 자신에게 더 좋은 인생을 선물해주고 싶다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면 되겠지요?
『나나』
이희영 지음|창비|2021년|192쪽
우리는 종종 농담처럼 “영혼 없다”라는 말을 하지요. 그런데 진짜로 영혼이 몸을 빠져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교통사고로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된 한수리와 은류. 사흘 안에 자신의 육체로 돌아가지 않으면 영혼은 저승으로 가고 남아 있는 육체는 그냥 주어진 환경에 맞게 살게 된다고 해요. 수리는 사흘 안에 몸속으로 자신의 영혼을 넣고 싶어 하고 류는 자신의 육체만 이승에 남겨두고 싶어 합니다. 과연 이 둘은 영혼 사냥꾼 ‘선령’의 먹잇감이 되는 대신 영혼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영혼 없다’ 대신 ‘영혼이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게 해주는 소설.
『당첨되셨습니다』
길상효 외 지음|비룡소|2021년|236쪽
누에고치 같은 코쿤 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키가 엄청 커지고, 머리도 좋아지고, 책도 많이 읽게 되고,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어른이 된다면 들어가시겠어요?(「코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처럼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늙지 않고 다른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그 삶을 선택하시겠어요?(「떡볶이 집의 불사신」) 누군가의 속마음을 정보로 읽어낼 수 있는 VR 기기가 있다면 적극 활용하실 건가요?(「속마음 도둑」) 만약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 진짜 일어난다고 해도 여러분은 선택하지 않으시리라는 걸 잘 알아요. 오히려 나의 하루를 날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게 더 흥미진진하겠지요? 재미있는 발상이 돋보이는 열 명의 작가가 쓴 SF 앤솔러지.
『이번 생은 해피 어게인』
이은용 외 지음 |자음과모음|2022년|186쪽
친구가 좋아하는 백건은 전생에 돌고래였다가 북극곰이었다가, 지금은 사람으로 살다가 개로 태어날 운명이래요. 백건 말에 의하면 말이지요. ‘나’는 친구를 대신해 기자 수업 삼아 백건을 취재했는데 덕분에 북극곰을 걱정하고 개에게 진심이면서 가슴 깊이 돌고래를 사랑하는 백건의 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나’는 스스로 인생 N회 차임을 인식하고 언제든지 인생을 초기화할 수 있기도 합니다. 또 전생의 기억들을 통해 저승 재판장에서 훌륭한 탐정 노릇을 하는 ‘나’도 있지요. 이번 생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에게 전생을 기억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건 오히려 한계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N번째 인생을 전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섯 작가의 작품.
『소녀A, 중도하차합니다』
김지숙 지음|다른출판사|2021년|200쪽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결승까지 올라가는 건 인생을 N회 차 살아도 이루기 힘든 일. ‘넥스트 아이돌 프로그램’ TOP5에 진출한 소녀A는 수준급의 자작곡으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요. 본명은 김아름. 학창시절 전학을 많이 다녀 존재감 없는 아이여서 ‘익명의 존재’를 뜻하는 ‘소녀A’로 이름을 지었다고 해요. 이 작품은 구유진, 진선미, 고세리의 시선으로 소녀A의 실체를 파악하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김아름 자신의 이야기가 이어지지요. 이 소설엔 연예인 비방, 댓글, 학교 왕따, 가해자, 피해자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미래를 만드는 게 바로 현재의 선택”이라는 책 속 문장은 자기 마음을 잘 아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에 무언가를 통해서 자신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인생 N회 차를 꿈꾸며 다양한 삶을 사는 것보다 나 자신을 아는 게 더 중요하겠지요. 몰입해서 읽다 보면 ‘진짜 나’를 만나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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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데 서툰 당신을 위한 나 사랑법 (청소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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