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재미있는 경제 – 이완배 기자가 추천하는 여섯 권의 책 (게스트 큐레이터)

학계에서는 경제학을 ‘사회과학’으로 분류합니다. 경제학을 ‘과학’으로 본다는 뜻이죠. 과학이라면 당연히 정답이 있겠네요. 실제 대학에서 배우는 경제학 교과서에는 수많은 수학 공식과 그래프가 등장합니다. 수학적으로 정답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겠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유명한 경제역사학자인 옥스퍼드 대학교의 애브너 오퍼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은 노벨물리학상이 아니라 노벨문학상에 훨씬 가깝다”라고 단언합니다. 경제학은 정답이 있는 과학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문학적 상상력 같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경제학 하면 그래프와 수학 공식이 자꾸 떠오르지만 지금부터 그런 고정관념을 모두 버립시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인간의 상상력을 만끽하다보면 경제학은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학문일 수 있답니다.


『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

브누아 시마 지음|뱅상 코 그림|권지현 옮김|류동민 감수|휴머니스트|2016년|248쪽

경제학에서는 경제역사를 ‘경제사상사’라고 부릅니다. 경제사상사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입니다. 다만 이 책은 경제사상사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 조금 어렵습니다. 그래서 추천하는 책이 프랑스 경제전문 기자 브누아 시마가 쓴 『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입니다. 이 책에는 경제사상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35명 경제학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돼있습니다. 짤막한 소개들이지만 각 경제학자의 핵심 주장이 잘 녹아있죠. 문체도 발랄하고, 아재개그가 녹아있는 만화도 곁들여져 있어 읽기가 쉽습니다. 다만 이 책은 초보용 입문서이니 이 책 이후 경제사상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나 유시민 작가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에도 도전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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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교과서, 세상에 딴지 걸다』

이완배 지음|풀무지 그림|푸른숲주니어|2012년|244쪽

추천하는 6권의 책 중 저자가 가장 허접한 책입니다. 저자가 누구냐고요? 네, 부끄럽지만 접니다. 이 책은 다양한 경제학 개념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청소년용 책입니다. “에이, 별로 안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반문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재미있기만 하던데요? 경제학에는 통계, 금융, 시장과 국가의 기능, 무역, 개인의 선택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책은 이 다양한 장르들을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소개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는 어렵지만 경제학을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각 챕터 앞쪽에는 풀무지 작가의 경제 만화가, 뒤쪽에는 ‘아하! 경제 뒷이야기’가 실려 재미를 더합니다. ‘쉽고 재미있는 경제학’을 목표로 쓴 책이니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경제를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없을 것 같다고요? 우리 집 아이들은 다들 재미있다고 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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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지음|장석훈 옮김|청림출판|2018년|340쪽

경제학을 과학 취급하는 것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학문이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입니다. 사실 기존의 경제학에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 대신 그래프와 수학 공식으로 정답을 찾으려 했죠.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수학이 아니라 사람을 주인공으로 놓고 사람의 경제학적 선택을 연구합니다. 듀크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천재 행동경제학자라 불리는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은 행동경제학의 진수가 드러나는 책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경제적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사람을 중심으로 풀어냅니다. 예를 들면 왜 다이어트 결심은 밤 10시쯤에 꼭 무너질까요?(10시까지 잘 참다가 이때쯤 식욕이 폭발하곤 하죠) “중간고사 잘 보면 새 휴대폰 사줄게”라는 부모님의 약속은 성적을 올리는 데 효과가 있을까요? 이 책은 이런 소소하지만 우리의 선택에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수학이 아닌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행동경제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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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분의 1의 함정』

하임 샤피라 지음|이재경 옮김|반니|2017년|232쪽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게임이론의 모든 것’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다양한 게임이론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게임이론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인 천재 수학자 존 내쉬가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면서 단번에 경제학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사실 세상살이 대부분은 게임입니다. 중고시장에서 물건을 얼마에 팔 것인가를 정하는 것도 물건을 사려는 사람과 벌이는 게임이고 취직 면접을 보는 것도 면접관과 나의 게임입니다. 하다못해 불판에 남은 마지막 고기 한 점을 누가 먹을 것인가로 친구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게임의 일종이죠. 이 책은 밥값을 어떻게 나눠 내야 하는지 같은 일상생활부터, 세계대전으로 번질 뻔 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까지 다양한 상황을 게임이론으로 풀이합니다. 이론이 가득하지만 저자의 재치 넘치는 사례 소개 덕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승부에서 이기고 싶나요? 그러면 이 책을 통해 게임이론을 제대로 배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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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지음|이순희 옮김|생각연구소|2012년|395쪽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에스테르 뒤플로, 아비지트 배너지가 공동으로 쓴 책입니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은 매우 파격적이었습니다. 뒤플로와 배너지는 부부인데 부부가 동시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건 처음이었죠. 또 뒤플로는 역대 최연소 수상자(47세)이자, 여성으로서는 역사상 두 번째 수상자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노벨상이 이런 파격을 선택한 이유는 이들이 평생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가난 문제를 해결할 경제학적 해법을 찾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들은 경제학자들이 책상 위에서 그래프나 그리며 가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대신 가난의 현장을 찾아 다양한 실험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했죠. 가난을 없애고 모두가 풍요롭게 사는 것은 경제학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입니다. 이 책에는 가난의 현장을 누빈 경제학자 부부의 헌신적 노력 뿐 아니라 가난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경제학적 아이디어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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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정준형 옮김|김영사|2015년|536쪽

위대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은 1885년 제자들에게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후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은 경제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았죠. 올바른 경제학적 선택을 위해서는 차가운 이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에 대한 따듯한 마음입니다.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는 따뜻한 경제학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 아이젠스타인은 ‘선물 경제학’을 주장합니다. 경제란 계산에 맞게 돈을 벌고 쓰는 차가운 것이 아니라 선물을 나눠주는 따뜻한 행동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기심이 아니라 협동과 나눔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그는 믿습니다. 이런 따뜻함을 바탕으로 아이젠스타인은 미래 사회의 새로운 공동체를 모색합니다. 읽다보면 ‘경제학이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이젠스타인이 꿈꾸는 나눔과 협동의 경제 공동체를 함께 경험할 좋은 기회가 이 책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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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게스트 큐레이터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와 네이버 금융서비스 팀장을 거쳐 2014년부터 《민중의소리》에서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경제교과서, 세상에 딴지 걸다』 『마르크스 씨, 경제 좀 아세요?』 『슈렉은 왜 못생겼을까?』 등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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