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정하도록 진화되었다

우리는 흔히 인간의 원초적 본성이라고 하면 생존경쟁의 치열함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을 밀치고 짓밟아서라도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고.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만약 그게 어쩔 수 없는 진짜 인간의 본성이라면 왜 우리는 약자를 짓밟는 강자에게 분노하고, 불공평한 세상을 좀더 정의롭게 바꾸려고 노력하는가. 만약 약육강식에 의한 적자생존이 진짜 우리 본성이라면 강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것은 자연의 법칙일 뿐 비난의 대상일 수 없다.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아니듯 말이다. 세상은 물론 험하고, 인간은 나약하다. 오랫동안 인류의 생존을 지켜온 우리의 본능은 남들을 밟고 올라서는 잔인함이 아니라, 서로 돕고 보듬고 기대며 살아가는 다정함에 가깝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 버네스 우즈 |이민아 옮김|디플롯| 2022년 |396쪽

흔히 진화의 조건으로 적자생존(適者生存, Survival of the fittest)을 꼽는다.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한 존재, 혹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존재만이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최적자(最適者)를 무조건 강하고 힘세고 무자비한 존재라 여겼다. 하지만 틀렸다. 그랬다면 지구상에서 최고 포식자들 외에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은 틀리지 않았지만, 적자의 조건을 우리느 잘못 알고 있었다. 가장 오래 살아남는 이들은 적을 모조리 섬멸한 자가 아니라, 가장 많은 친구와 조력자를 만들어 협력한 다정한 자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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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진화』

로버트 액설로드 |이경식 옮김|시스테마|2009년 |292쪽

인간의 본성이 사실은 다정하고 친절하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원래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 유전자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었냐고 말이다. 살아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 유전자의 속성이 이미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진 탓이다. 하지만 유전자의 속성이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속성에 그대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모든 모래알이 둥글고 단단하다고 하여, 그 모래알로 이루어진 모래사장 여기 둥글고 단단하지는 않다. 오히려 고정된 모습 없이 이리저리 변할 뿐이다. 유전자의 속성이 우리의 본성에 그대로 투영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지어 이기적인 생존본능으로 똘똘 뭉친 존재가 어떻게 이타적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아니 이타적 행동을 하도록 진화되었는지 설명한다. 이타적 행동이 오히려 생존에 발버둥치는 이기적 유전자의 욕망을 가장 잘 실현하는 전략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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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r 김승섭 | 동아시아 |년 | 320쪽 |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진짜일까, 바램일까. 한 사회역학자가 이 오랜 격언을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꼼꼼하게 살핀다. 자신의 불행을 감춘 이들보다 이를 드러내고 주변과 공유했던 사람들일수록 아픔에서 헤어나온 시간이 짧았고, 그 아픔이 영구적인 흉터가 되어 자리잡을 가능성도 낮아졌다. 반면 사회적 관계의 촘촘함과 단단함은 개인이 불행과 아픔에서 더 빨리 벗어나도록 돕는다. 장수하는 로세토 마을의 비밀은 식이요법이나 주거환경이 아니라, 서로 이웃을 챙기고 안부를 묻는 무형의 연결망에 있었다. 경쟁은 인간은 병들게 하지만, 공존은 인간을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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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강동혁 옮김 | RHK |2021년 | 692쪽 |

어려운 과학책으로 인간 협력에 대한 본성을 이해하느라 고생한 이들을 위해 무지무지 재미있으면서도 역시 착하고 다정한 인간 및 지적생명체의 본성을 잘 드러내는 책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태양과 같은 항성을 갉아먹는 아스트로파지의 번식으로 지구 뿐 아니라, 다른 항성계의 우주인들도 멸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우연히 우주에서 조우한 지구 출신의 라일랜드와 타우세티 행성 출신의 로키는 모습도, 언어도, 생체 구조도 다르고 심지어 서로 다른 항성계 출신이지만, 하나만은 맞다. 자신들의 행성에 남겨두고 온 수많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착한 존재들이라는 것. 이들의 착한 마음은 지구보다 훨씬 더 혹독한 우주의 환경을 극복하고 결국 두 행성을 모두 살리는데 절대적인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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