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까운 나라, 우리가 몰랐던 사람들!

지금까진 그냥 미국 9.11 테러, 오사마 빈 라덴, 알 카에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IS, 이슬람 극단주의… 이런 식의 단어 나열 수준으로 단편적으로만 기억되던 세계 정세였는데, 순식간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대통령은 돈가방을 들고 튀고… 이런 기사에서 뭔가 우리 역사와 평행이론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가 우리 정부와 함께 일했던 아프간 사람들을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무사히 탈출시켜 한국에 데리고 온 뉴스를 접하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초연결되어 그런 건가? 이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이어도 우리 모두의 일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 도대체 아프가니스탄, 그동안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거야? 이런 마음으로 찾아 읽게 된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우리가 몰랐던 세계, 그곳 사람들 이야기.


『브레드 위너』
 – 첫 번째 이야기: 카불 시장의 남장 소녀들

데보라 엘리스 지음|권혁정 옮김|나무처럼(알펍)|2017년|184쪽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책을 찾다 발견한 청소년소설. 재미는 물론, 아프가니스탄 현실에 대해 생생하게 전해준다. 이번에 아프간 뉴스를 접하지 않았으면 끝까지 판타지, 모험 이야기로 읽었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서늘해진다. breadwinner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 ‘가장’이라는 뜻. 탈레반의 점령으로 여자들은 남자와 동행하지 않고는 집 밖으로 나올 수 없고, 어떤 교육도 받을 수 없으며, 남자들은 탈레반처럼 무조건 수염을 길러야 한다. 영국 유학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탈레반이 아빠를 끌고 가서 졸지에 남장을 하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들고 카불 시장에 나가 팔아야 하는 주인공 소녀 파바나. 거기에서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옛 친구 샤우지아를 만난다. 두 소녀는 돈을 벌기 위해 급기야 무덤 주변에서 뼈들을 찾아 팔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몰랐던 아프가니스탄의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서로 돕고 연대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저항의식이 코끝을 찡하게 하는 최고의 소설. 20년 뒤 봄날에 파리의 에펠탑 꼭대기에서 만나기로 한 두 소녀의 약속이 꼭 이뤄지길 바라며 자연스레 나머지 권들을 읽게 만드는 책.

#북미소설 #아프가니스탄 #가장 #카불공항 #탈레반 #실화 #인권 #전쟁 #용감한소녀들 #중1부터추천


『청소년을 위한 나는 말랄라』

말랄라 유사프자이, 퍼트리샤 매코믹 지음|박찬원 옮김|문학동네|2014년|288쪽

<브레드 위너>에서 파바나의 친구 샤우지아는 아프가니스탄에 인접한 나라 파키스탄으로 탈출한다. 그런데 200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이면서 이후 파키스탄의 현실은 또 달라진다. <청소년을 위한 나는 말랄라>는 2014년 열일곱의 나이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의 소녀 말랄라의 이야기이다. <브레드 위너>에서 아프간 여성과 아동들이 당했던 차별과 폭력이 현실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확인하게 된다. 여성 교육과 인권을 옹호하는 아버지 덕에 여자들도 어려서부터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정확하게 인지한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 하지만 파키스탄을 파고든 탈레반은 여학교를 폐쇄하고 여학생의 교육을 금지시킨다. 말랄라는 이에 대항해 여성의 교육권을 위해 전 세계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열한 살 때 BBC에 탈레반 치하의 생활에 대해 익명으로 글을 올리며 여성 교육 운동을 시작하고, 이어 공개적으로 여성 교육을 주장했다. 2012년, 여자아이들도 학교에 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에 맞고 쓰러진 말랄라. 그러자 파키스탄 전역에서 “나는 말랄라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학생 시위대가 일어났고, 건강을 회복한 말랄라는 어린 여성들을 위한 교육운동을 계속 이어 나갔다. 말랄라의 목소리로 전해 듣는 이야기 속에 테러리즘의 공포, 일상을 잠식당한 파키스탄 어린이들의 현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세력의 추악한 실체가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외국소설 #파키스탄 #탈레반 #여성교육 #노벨평화상 #우리모두말랄라다 #이슬람근본주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왕은철 옮김|현대문학|2007년|574쪽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살펴보려 열심히 구글링을 했는데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복잡다단, 그 자체였다! 위키백과에서 최근 것만 찾아 읽는 것도 힘들다. 그동안의 무지가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관심 갖게 된 것이 어디냐 하면서 보다 보니 우리나라 현대사랑 묘하게 겹친다. 1979년 말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이 소련에 맞서 지원하던 무자헤딘 세력을 내세우고, 1989년 소련이 철수하자 엄청난 내전이 벌어지고 1996년에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연을 쫓는 아이>로 유명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다. 사실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역사를 면면이 다 알 수는 없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 탈레반이 어느 정도로까지 사람들을, 특히나 여성들을 억압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마리암과 라일라 두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그 시절을 견디게 해준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 연대의 기억이. 지금 다시 아프가니스탄에선 이런 일들이 또 벌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외국소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여성억압 #인권 #17세이상추천


『페르세폴리스』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박언주 옮김|휴머니스트|2019년

아프가니스탄의 서쪽에는 이란이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리고 이란 역시 이슬람 혁명을 거치며 여성들을 억압하는 역사가 시작된다. 만화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마르잔(마르지)은 최상위 계층이지만 진보적이고 현대적인 부모 아래서 자유로운 사상과 혁명에 대해 들으며 자랐다. 하지만 이슬람 혁명 이후 “강간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여자들은 베일을 써야 했다. 이라크와 전쟁이 벌어지자 가난한 집 남자 아이들은 죽으면 갈 수 있다는, “천국의 열쇠”를 받아 전쟁터에 보내져 총알받이가 되었다. 점점 더 많은 자유와 식량과 모든 것을 통제받고 죽음을 위협받는 나날이 이어지자 마르잔의 부모는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마르잔을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 보낸다. 이란에서는 상위 1퍼센트의 삶을 살았을 마르잔이 빈에서는 이란-이라크 전쟁 탓에 악의 축 취급을 받으며 추방당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전쟁을 피해 도망 나왔지만 뼛속 깊이 이란 사람인 마르잔은 결국 4년 만에 다시 이란으로 돌아간다. 그사이 이란은 이슬람 근본주의가 더 강화돼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차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이란을, 이란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는지 역으로 깨닫게 한다. 그들 역시 사람이고, 전쟁과 폭력과 억압을 싫어한다. 마르잔의 부모와 할머니는 영미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훌륭하고 멋지고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다. 테헤란 북부에 사는 이란 최상위층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전쟁과 차별, 여성 억압은 이들도 피해 갈 수 없다.

#그래픽노블 #이란 #자전적_이야기 #이라크전쟁 #여성의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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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이렇게 얽혀있다니
전쟁의 아픔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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