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어린 시절, 와O 시리즈와 서바이벌 OO 시리즈, 마법 OOO과 함께 하던 날들을 기억하니? 소위 ‘학습’만화라는 재미없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부한다기보다는 재미로 읽었던 책들. 만화로 공부하는 것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같이 그만두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에는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수준급 과학만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어릴 적, 학습만화에 두근두근하던 기억을 살려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만화책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바로 전문 과학자들이 쓴 정통 과학만화책들 말이다.
『통합과학 완전정복』
신인철 지음|마리기획|2020년|246쪽
이름부터 대놓고 ‘학습만화’라고 티를 내고 있다. 심지어 책의 목차조차도 2018년에 입학한 고1부터 배우기 시작한 통합과학 교과서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고 다. 현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에 재직 중인 현직 교수님이 수많은 강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거나 어려워하는 부분에 집중하여 이를 만화로 풀어내고 있다. 조금은 어설픈 그림체가 만만해 보이지만, 내용은 결코 허술하지 않다. 만화책이긴 한데 그림에 비해 말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조금 아쉽다.
『게놈 익스프레스』
조진호 지음|위즈덤하우스|2016년|424쪽
유전은 너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우리는 유전에 그다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종종 눈에 띄여서 ‘사촌이 땅을 살 때마다 아픈 배 부분’만 골라서 자극시키는 ‘좋은 유전자 몰빵’의 사례들이 아니라면, 그다지 의식하지도 않으면서 살 거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유전자, DNA, 표현형, 유전 법칙 등이 확립되는 과정에는 소위 말하는 ‘천재’ 과학자들 여러명의 평생을 바친 연구와 치열한 대립이 있었다. 생물학을 전공한 전직 게임개발자 출신의 작가는 자신의 두 가지 장점을 살려 주요한 생물학적 개념을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을 빌려 펼쳐낸다. 그 흥미진진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머릿속에 유전학의 역사와 기본 개념이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더 센스』 & 『뉴로코믹』
마리오 파리넬라 글, 그림 & 하나 로스 글|황승구 & 김소정 옮김|푸른지식|2017년|각 164쪽, 152쪽
뇌와 신경은 우리가 지금 이 글을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본체인 동시에, 지금 우리의 몸이 제대로 기능할 수도 있도록 조율하는 관리자이기도 하다. 본체인 동시에 관리자이고 입력과 처리와 출력을 동시에 담당하는 기관이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도 한 분야가 뇌와 신경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신경과학과 박사학위를 지닌 전문가답게(심지어 이를 번역한 인물조차 신경과학자!), 감각을 담당하는 말초신경에서 시작하여([더 센스]) 뇌를 구성한는 신경세포들과 그 역할([뉴로코믹])을 하나의 로드 어드벤처 무비 형식을 빌어 제공하고 있다. 내용은 상냥하지만, 공포 만화에서 볼 법한 다소 그로테스크한 그림체와 중세풍의 표지 디자인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수학』
래리 고닉 지음|전영택 옮김|궁리|2015년|244쪽
원래 래리 고닉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과학’ 시리즈에서 화학/물리학/생물학/지구환경/통계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글을 만화로 옮겨낸 과학만화전문가이다. 그 많은 시리즈 중에서 래리 고닉이 직접 글과 그림을 모두 담당한 것이 바로 이 대수학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적분]이다. 사실 래리 고닉은 하버드대학 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수학과 박사과정을 밟다가 돌연 만화가로 전직한 특이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은 위에서 이야기한 다른 만화들보다 약간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문제 풀이에만 익숙해져 기계적으로 수학 문제만을 푸는 것이 의미없다 생각될 때 즈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관찰과 표현의 과학사』
김명호 지음|이데아|2020년|304쪽
덕업일치를 이룬 과학덕후 김명호 작가의 신작. 저자는 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직업적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과학의 본질인 ‘알고자 하는 열정’에 푹 빠져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대상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상 같은 인물이다. 김명호 작가의 책 중에서 학습만화적 성격이 더 짙은 것은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사이언스북스, 2015), [김명호의 과학 뉴스](사이언스북스, 2017)이지만, 이들을 읽기 전에 과학이라는 본진에 대한 실체를 파악하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더 권하고 싶다. 과학이 지금껏 그 모습을 형성해온 과정이 오롯이 녹아 있다.
#과학 #만화 #과학혁명 #과학은탐험이다 #세계관을바꾼다양한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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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펼쳐놓고 보는 만화책
학습만화 NO! 진짜 과학 만화 & SF 만화
하리
과학책을 읽고 쓰고 알립니다. 해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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