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말고, 그림책으로 만나는 시

‘하필이면 왜 모의고사에서 너를 처음 만났던 거냐? 시험에서 안 만나고, 차라리 담벼락에서 만났더라면 네가 천천히 내 마음에 들어왔을 텐데. 비문학 푸는 시간 확보하려고 바쁜 마음에 대충 뛰어넘고 말았으니, 이런 잘못된 만남이 아니었으면 너를 좀 더 사랑할 수도 있었으리.’
교과서나 기출에서만 백석을, 윤동주를, 황진이와 서경덕을 만났다면, 다시 소개팅을 주선합니다. 현대시와 고전시가를 그림으로 만나보세요. 희한하게도 시 한 편에 마음을 푹 담그고 나면, 그 시인의 다른 시들이 좀 쉬워진답니다.


『여우난골족』

백석 지음|홍성찬 그림|창비|2007년|52쪽

여우가 자주 나오는 골짜기에 사는 가족이라고, ‘여우난골족’이래요. 이들의 설날 이야기입니다. 일가친척이 큰 집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배나무 동산에서 놀고, 밤새 속닥거리고, 맛나게 먹는 하루가 펼쳐집니다. 옛날 말에 평안북도의 사투리까지 섞여 암호 같던 시가, 이 그림책으로 보면 ‘아하!’ 이해될 겁니다.

#시 #백석 #사투리 #그림책 #시에나온놀이_다해보고싶다 #무이징게국은_무슨맛일까


『소년』

윤동주 지음|이성표 그림|보림|2016년|40쪽

파란 수채화로 그려진 윤동주의 시, ‘소년’입니다. 현대적인 일러스트로 재탄생했어요. 옛 말도 현대어로 바꿨죠. 한 문장을 두 장에 넉넉히 담으니, 시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을 수 있어요.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헉!’하는 감탄사가 나옵니다. 윤동주의 다른 시들을 읽을 때도 마음속에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세요.

#시 #윤동주 #그림책 #소년 #미술 #소년의얼굴에서_윤동주가보이는듯 #감동


『흔들린다』

함민복 지음|한성옥 옮김|작가정신|2017년|52쪽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구나 /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현대시인인 함민복의 시 ‘흔들린다’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참죽나무 한 그루가 페이지마다 그려져요.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매번 다른 모습이에요. 여백 많은 한성옥 작가의 그림은 마치 바람과 공기를 그림으로 그린 듯해요. 아름답고 놀랍습니다.

#함민복 #현대시 #그림책 #읽기쉬움 #책을덮으면_누군가가_떠오를지도


『만화로 읽는 수능 고전시가』

이가영 지음|꿈을담는틀|2015년|278쪽

표지가 거의 문제집과 같아 도망가고 싶겠지만, 한번 믿고 열어보세요. 향가부터 고려가요 한시, 가사와 시조까지 고전시가들을 만화로 안내해놓았어요. 국어선생님인 저자가 고전시가 수업에서 온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는 친구들을 위해 그렸답니다. 읽다보면, 특히 사랑을 주제로 한 시는 요즘 써먹어도 되겠다 싶게 표현이 아주 신선합니다. 고전시가가 어려운 친구들 쏙쏙 이해가 될 거예요.

#고전시가 #만화 #읽기쉬움 #악명높은_관동별곡도_수록 #이거안읽고_수능본선배_별로없을걸


『포에버 영(Forever Young)』

밥 딜런 지음|폴 로저스 그림|엄혜숙 옮김|바우솔|2017년|40쪽

밥 딜런이 아들이 태어났을 때 만들었던 노래에요. “네가 늘 다른 이들을 위해 행동하고, 남들이 널 위해 행동하기를” 반전과 평화, 민권 운동에 힘썼던 밥 딜런은 노래 가사를 시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공로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죠. 폴 로저스는 모든 그림에 밥 딜런의 음악과 인생을 숨겨놨어요. 마지막 그림풀이를 읽어보세요.

#노래 #가수 #가사 #음악 #그림책 #노벨문학상수상작가책_읽었다고_자랑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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