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시시하오?

이런 거 정말 안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하오. 라떼는 말이오, 스프링 연습장 표지에 엄청난 시인들의 시들이 쓰여 있었소. 그때 알게 되고 좋아한 시가 박인환의 <센티멘탈 쟈니>, 또 라떼는 말이오, 만화책을 통해 좋은 시와 시인을 알게 되기도 했소. 황미나라는 전설의 만화가의 <안녕, 너의 이름은 미스터 블랙>에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가 등장하오. 알지 않소? 이런 건 누가 외우라고 시키지 않아도 외우게 된다는! 시란 이런 거 같소. 작정하고 한 권을 통째로 읽지 않아도, 그냥 한 구절만 접해도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너도 그렇다.” 이런 것처럼 어느 한 구절에 심쿵하면 그 시 전문을 읽고 싶고, 그 시가 좋으면 외우고 싶고, 어딘가에 써 먹고 싶고 그렇게 된다오. 특히나 우울하고 메마른 날엔 시처럼 좋은 것이 없다오. 시가 시시하다는 생각, 어렵다는 생각 버려도 좋소. 사실 우리 모두는 시인이라오. 20세기 청소년이 21세기 청소년에게 올리오.


『난 빨강』

박성우 지음|창비|2010년|126쪽

오직 청소년들만을 위한 시들로 가득한 시집.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시들.
아직은 “시큼한 풋사과 같은 맛”이 나는 연두지만 사실 알고 보면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이 되고 싶은 십대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시들. 청소년의 눈과 귀와 입으로 전하는 듯한 시어들은 어떻게 우리 마음을 이렇게 잘 알지, 내 마음을 훔쳐봤나? 싶을 정도로 세심하게 와닿고, 시어들과 표현들도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누구든 어렵지 않게 시와 첫 대면하기에 좋은 책이고, 나도 나만의 시를 쓸 수 있겠다 마음먹게 해준다.

#청소년시집 #대체왜그러세요 #차고깜깜한이우물밖세상으로나가고싶어 #나도한줄_나만의시를써보자 #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김용택 고름|예담|2015년|280쪽

라떼는 껌, 캐러멜, 과자, 초콜릿 등 당시 가장 핫한 군것질거리만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상자가 있었소. 이 책이 그런 거라고 보면 되오. 이육사, 윤동주처럼 교과서로 접한 시인들의 시는 물론이고 최영미, 김혜순, 이병률 등 셀럽 시인들이 쓴 시, 그리고 폴 발레리, 릴케 등 이름은 분명 들어봤을 서양 유명 시인들의 시도 있다오. 시가 뭔지 몰라도 이 책을 넘기다 보면 분명 눈에 들어오는 몇 편의 시가 있을 거요. 그 시들만 좋아해도 시가 뭔지 감이 올 거고, 그러다 보면 몇몇 문장이 가슴에 콕 하고 박힐 거요. 도깨비 공유가 드라마에서 읽은 시로 한때 엄청 유명했다오.

#시집 #앤솔로지 #심장이하늘에서땅까지아찔한진자운동을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드라마도깨비에나온시집 #시 #오른쪽페이지엔나만의글씨로옮겨적을수있음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지음|문학과지성사|1989년|146쪽

무려 삼십 년 전에 나온 시집, 시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 시인이 살다간 세월만큼 나이를 먹은 시집. 하지만 여전히 새롭고 좋은 시집, 모두의 마음을 들끓게 하는 시로 가득한 책. 그 이유는 시집을 펼쳐보면 알 수 있음. 제목들만 봐도 감이 옴. 질투는 나의 힘,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나쁘게 말하다… 시들은 하나같이 다 외우고 싶을 정도로 좋음. 사랑, 이별, 인생, 삶, 죽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며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시인의 삶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됨. 그리고 그 감정들이 오롯이 내 것이 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달뜬 감정과 우울과 슬픔을 맛보게 됨. 빈말 아님. 이 시집 한 권이면 시의 모든 것, 인생의 모든 것을 알게 됨. 시가 말 그대로 詩詩(시시)하다는 걸 직접 느낄 수 있는 단 하나의 책.

#시집 #우리시대고전 #사랑을잃고나는쓰네 #나는찬밥처럼방에담겨 #아무리천천히숙제를해도_엄마안오시네 #시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이영주 지음|문학과지성사|2019년|144쪽

이 시집은 21세기 청소년이 소개해줘 알게 되었어요. 처음엔 지독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소녀의 비밀 일기장 같은 느낌이었어요. 십대, 첫사랑, 소년의 기후, 우유 급식, 친구를 만나러… 제목들만 보면 분명 그런데 한 문장 한 문장 자꾸 곱씹게 되더라고요. 어떤 시집은 읽는 데 대하소설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해요. 지루하거나 어렵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닌데 한 문장, 한 문장 자꾸 가슴에 새기느라 오래 붙잡게 되지요. 이 시집이 그래요. “아무도 이 이상하고 슬픈 순간은 기록할 수 없는 거지.”라는 시어처럼 시집 전체가 그런 순간들에 대한 기록으로 가득 차 있어요. 분명 가장 내밀한 기록일 텐데 왜 자꾸 우리의 슬픈 4월이 떠오르는 걸까요? 이 또한 시가 가진 매력이겠지요.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시집 제목에 다시 눈이 가고, 우리가 약하고 슬프기 때문에 아름다움으로 기운다는 시인의 말이 새삼 가슴을 파고들어요.

#시집 #푸른뱀처럼간지러운네가왔다 #슬픔을시작할수가없다 #4월의해변 #가슴먹먹해지는시 #세월호 #시

인생오탈자

각종 오자와 탈자 전문. 책으로 인생의 오류와 탈선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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