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더위, 110년 만의 폭우, 잦은 태풍으로 기억되는 올여름의 기상이변들은 모두 지구온난화 때문이죠. 인류의 종말로 몰아갈 지구 온도 1.5 상승 저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이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나무를 심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는 건 이미 공인된 사실입니다. 시원한 그늘과 맑은 공기, 맛난 열매에 이제는 기후 위기까지… 아무 나무나 껴안고 ‘고마워’ 라고 말하고 싶은 가을입니다.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손지상 옮김|네오픽션|2020년|376쪽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앞이 안 보일만큼 막막하거나, 연인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았거나…. 그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오죠. 이 소설은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진 일곱 사람이 우연히 작은 산사에 들르고 다시 살아낼 위안을 안고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엽서나무’라고 불리는 다라수 나무 아래에서 자신의 심정을 주절주절 늘여놓으면 얼마 후 따뜻한 위로가 담긴 고양이 미쿠지의 나뭇잎 엽서를 받게 되죠. 거짓말 같아도 진짜였으면 하고 책장을 넘기게 되는 책. 근처 공원이나 산사에서 눈앞에 앉아 있는 그 고양이가 설마? 맞춤형 해결책을 써주는 고양이 미쿠지를 만나고 싶을 때 이 책을 읽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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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책』
토베 얀손 지음|안미란 옮김|민음사|2019년 |180쪽
그림책과 TV만화로 한번쯤 봤던 ‘무민’ 기억하세요? 캐릭터 상품도 많이 나왔으니 초딩 시절엔 한두 개쯤 갖고 있었을 거예요. 이 책은 『무민』 시리즈를 쓰고 그린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대표적인 성장소설이에요. 세상을 살 만큼 산 할머니와 이제 세상을 막 배워나가는 당돌한 손녀 소피아,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여름 한 철을 함께 보내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예요. 대단한 사건 없이도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가 콕콕 가슴을 건드리는 아름다운 소설, 유럽의 바닷가 풍경을 읽는 재미도 놓치지 마세요.
『나무 : 백년을 함께한 친구』
이순원 지음|놀|2014년|164쪽
열세 살에 가장이 된 어린 신랑은 굶주림과 이웃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면서도 민둥산에 다섯 말의 씨밤을 심어요. 10년 후 어린 부부의 바람대로 황폐하던 민둥산은 울창한 밤나무 숲으로 뒤덮어요. 이 소설은 백년 전 어린 신랑이 뒷마당에 심은 할아버지 밤나무가 이제 첫 꽃을 피우게 될 어린 밤나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예요. 백 년의 시간을 함께하며 누구보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의지하며 평생의 친구가 됩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가는 밤나무와 어린 신랑이 함께한 일생을 관통하는 아름다운 우정, 할아버지 밤나무가 들려주는 자연의 섭리와 삶의 지혜, 질곡 많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살아낸 보통 사람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김성기 옮김|한스미디어|2019년|468쪽
책을 덮고도 홀리듯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게 만들고 속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작가보다 자신을 탓하게 되며 절대 줄거리를 스포일러하지 않는 소설. 수백 가지 찬사는 읽어야만 진위를 알 수 있지요. 주인공 나루세가 지하철에서 자살하려는 여자를 구해주는데 그 여자의 이름이 사쿠라(벚꽃)인 것도 사건의 단서처럼 읽히고 사람들의 충고대로 절대 속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아무 소용이 없지요. 가끔 나오는 19금 장면과 두꺼운 책 두께 때문에 망설였지만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재미와 묵직한 메시지, 극강의 반전까지 읽어볼 만한 이유가 너무 많은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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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가 우는 섬』
송시우 지음|시공사|2019년|368쪽
대나무가 가득한 외딴섬 호죽도에 신축된 연수원의 사전 모니터 요원으로 뽑힌 대학생 하랑은 소설가, 기자, 회사원 등 8명의 사람들과 함께 호죽도에 도착한다. 연수원을 둘러보던 사람들이 상자 속에서 모형 눈알을 보고 기겁하자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회사원은 [바늘 상자 속에 넣어둔 눈알]이라는 민담이 변형되어 전해진다고 한다. 다음 날, 대나무 창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시체와 함께 들려오는 기묘한 피리소리에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물리학도인 하랑은 호죽도의 민담과 살인사건이 연관돼 있음을 알고 사건의 비밀을 쫓는 동안 계속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구전되어온 기괴한 민담, 과거의 원한에 얽힌 처절한 복수극, 물리학도의 논리적 추리 등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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