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한국 전쟁에 참여한 유엔 참전국 16개국을 열거한 노래다. 어린 시절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뜻도 모르고 불렀지만 무의식 속에 남의 나라 전쟁터에 와서 싸워준 유엔군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겠다는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을까
전쟁 후 7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쟁의 상처와 증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만이 넘는 실향민과 이산가족, ‘좌익’과 ‘우익’의 편가르기로 점철된 우리 현대사가 그렇다.
현충일과 전쟁기념일이 있는 6월, 한국 전쟁을 다룬 다섯 권의 책을 읽으면서 한국 전쟁을 되짚어보면 어떨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지음|웅진지식하우스|2021년|360쪽
미사여구와 설명이 필요 없는 책이다. 작가의 연작 자전소설의 첫 번째 작품이자 모든 세대들이 공감하는 대표적인 성장소설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개풍 박적골과 전쟁으로 피폐해진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들의 일상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과 겹쳐지면서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생활력만큼 자존심 강한 어머니와 좌익에 가담했다가 의용군 으로 끌려가 반죽음이 돼 돌아온 이상주의자 오빠, 동네 사람들로부터 빨갱이로 몰려 온갖 고초를 겪는 ‘나’,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사형 언도를 받는 숙부 그리고 그 시절 흔하디흔한 풀 ‘싱아’의 추억으로 소환되는 이야기는 소설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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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온다』
류재향, 한정영, 박미연, 강리오, 문상온 저|서해문집|2020년|224쪽
휴전으로 전쟁은 끝났지만 지난 70년 동안 남북한은 크고작은 분쟁과 화해를 계속해왔다. 이 책은 지난해 한국 전쟁 50주년을 주제로 다섯 작가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과 만주를 거쳐 베를린까지 달리는 대륙횡단열차인 ‘한반도 특급열차 2050’에 탄 실향민 할머니와 손녀 한아, 한국전에서 만났던 전쟁고아를 찾으려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할아버지, 미군 부대의 마스코트로 살았던 전쟁고아 소년, 원추리 섬에 파병된 국군과 북한군 병사의 우정 등 한국 전쟁 속에서, 또 그후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그 후손들이 꿈꾸는 평화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창비|2019년|256쪽
작가는 3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에 대한 벅찬 마음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딸 애린이 다니는 학교 도서관 자료실에서 참전용사 마이클 호크리지를 알게 되고 그의 행적을 쫓게 된 사연을 담은 봄의 여정, 한국 전쟁에서 전사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묻힌 열아홉 살 마이클의 흔적과 그와 함께했던 전우들의 기억과 한국전의 실상을 그린 여름의 여정과, 오래된 일기장을 읽으면서 15살 남한으로 피난온 후 전쟁과 이산의 아픔을 품고 살았던 아버지와 화해하게 되는 가을의 여정, 영국인에게는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인 한국 전쟁이 마이클과 우리에게 남긴 의미를 찾아가는 겨울의 여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에 사는 역사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작가는 이 글을 통해 전쟁 세대에게는 위로를, 이후 세대에게는 분단과 갈등의 역사를 평화로 바꾸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70년 지난 우리에게 유엔 참전 군인들의 가족, 또 실향민에게 한국 전쟁은 어떤 의미인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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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한국 전쟁 이야기:
왜 전쟁 반대와 평화가 중요할까요?』
이임하 지음|철수와영희|2013년|208쪽
한국 전쟁 때 뿌려진 삐라들의 문구들을 통해 한국 전쟁의 이모저모뿐만 아니라 삐라에 담겨진 메시지 등을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독특한 책이다.
피난민들은 어디로 갔나요?, 시민들은 왜 전쟁 부역자가 되었나요?, 한국군 작전권은 왜 미국에게 넘겨졌나요?, 공중 폭격의 목적은 무엇이었나요? 등등 한국 전쟁에 대한 궁금증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보여준다. 모두 네 개 꼭지로 구성돼 있는데 첫 꼭지에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 ‘한국 전쟁의 원인’ 에 관한 이야기로, 한반도가 분단되는 과정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 꼭지는 한국 전쟁을 ‘남침→인천 상륙 작전→북진→후퇴→휴전’이라는 군사 작전과 전쟁 상황을 시간 순으로, 세 번째 꼭지는 전쟁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네 번째 꼭지는 한국 전쟁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왜 전쟁 반대와 평화가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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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트원 1~3 : 대한민국 공군 창설사』
장우룡 쓰고 그림|레드리버|2020년|692쪽
모두 세 편이라 엄청난 두께에 기가 죽겠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만화여서 무엇보다 재밌고 책장도 술술 넘어간다. 비행기 특히 전투기에 빠져 있는 밀리터리 덕후라면 더 그렇다. 1권은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전쟁에 투입된 전투기 조종사 10명의 이야기를 통해 비극적인 전쟁의 모습과 조종사들의 애환을, 2권은 참전용사로 한국 공군의 탄생에 주요한 역할을 한 미군 조종사 딘 헤스 소령의 이야기로 군인이 가져야 할 인류애와 사명감에 대해 보여준다. 마지막 3권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맞서 싸웠던 동료를 전쟁 때문에, 이념 때문에 총칼을 겨눠야 했던 조종사 곽경필의 인간적 고민과 갈등에 대해 그리고 있다. 작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밀리터리 연구가보다 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치열한 전투 장면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을 살아냈던 역사 속 인물들까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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