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일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죽음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성격의 사람들이 있죠. 그래서 우리나라가 이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중요한 가치들도 이어져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일병합 조약 문서에 찍힌 옥새로부터 시작된 작가의 상상력에서 태어난, 규범을 중시하고, 원리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연수의 T다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일제강점기에 러시아에서 살아야했던 조선인 소녀 쑤라의 이야기입니다. 실존 인물인 러시아 혁명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김알렉산드라와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되었던 노동자 김윤덕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내용이라 그런지 더욱 생생하고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엄청 재미있는 창사특집극 한 편을 본 것 같은 책입니다. 두 권이라 쉽게 손이 가지 않겠지만 읽기 시작하면 두 권 읽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한 권 다 읽고 숨을 좀 돌리고 두 번째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신분이 다른 수남과 채령를 비롯하여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온몸으로 일제강점기의 파도를 받아낸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살게 되었다면? 양반 가문의 서자로 태어나서 차별 당하던 동천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동천은 어렵게 일본 유학을 떠나고 일본에서 어렵게 일을 하고, 공부를 하는 생활을 이어갑니다. 실제인물인 박열도 등장하고, 나라만큼이나 급변하는 동천과 주변인물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이어집니다.
갑자기 찾아온 해방, 그 시절 청소년이었다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직도 신분 사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계집종인 경애, 공산주의자가 된 양반집 도련님 기수, 모던보이 제영, 지체 높은 양반집 아가씨 은혜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 혼란스러운 역사를 겪어내고 있습니다.
나라는 빼앗겼어도 사람들은 살아갑니다. 이 소설은 이야기를 읽어주는 직업인 '전기수'들의 이야기입니다. 무성영화가 들어오면서 점점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전기수들은 설 자리가 줄어들고, 변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 책은 우리를 1920년대 화려했던 서울의 한 복판으로 옮겨다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