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스포금지령

책을 추천해 주면서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해줄 때가 있다. 보통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읽을 거니까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마세요’라며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막는 책이 있다. 이럴 때면 장난기가 발동하여 계속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하면 귀를 막아버리거나 자리를 피해버리는 아이들까지 등장한다. 최근, 이렇게 아이들에게 스포금지령을 당한 책을 소개한다.


『므레모사』

김초엽 지음|현대문학|2021년|204쪽

책 예쁘지? 책도 작고, 안에 칸 간격도 넓어서 진짜 금방 읽을 수 있어. 음. 표지랑 내용이랑 직접적인 연관은 있는 건 아닌데, 아주 없는 건 또 아니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그 작가의 작품이 맞아. 이 책의 주인공은 발레리나였다가 다리 한 쪽을 잃은 한국인이야. 이 사람이 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오랫동안 단절되어 살아온, 외부에 좀비들이 사는 도시라고 알려진 므레모사로 재난 투어 여행 같은 것을 가게 되거든. 이 여행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모두 6명이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지. 정말 좀비가 나오냐고? 음, 본격 좀비물은 아니야. 그런데 정말 SF 호러라는 장르가 맞긴 한 것 같아. 아주 결말이…. 응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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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밀러 지음|정지인 옮김|곰출판|2021년|300쪽

과학 이야기냐고? 400번에 분류되어 있으니 과학 이야기는 맞지. 그런데 진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과학 전문기자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심지어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신념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지. 아무튼 과학 전문기자인 작가가 실연을 당했어, 심한 상처였고, 그 와중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생물학자의 자료들로 이 과학자를 알게 되지. 어마어마한 물고기들의 이름을 붙였고, 지진으로 한순간에 그의 어마어마한 표본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 작가는 이 과학자의 삶을 자료를 찾으며 연구를 시작해. 작가와 과학자의 이야기를 번갈아 하며 중간에 살짝 지루하려는데 엄청난 반전이 숨겨져 있어. 이런 책은 정말 처음이야. 이 책은 정말 읽다 말면 안 되는 책이야. 마지막에는… 알았어.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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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나무옆의자|2021년|268쪽

워낙 인기 있어서 한 번 읽어봤어. 그냥 무난하게 읽었는데 애들도 재미있다고 하더라고. 살짝 휴먼다큐 느낌? 암튼 읽고 나면 따뜻한 느낌이야. 제목이 왜 불편한 편의점이냐고? 뭐 없는 게 많은 편의점이라서 그렇지. 이 편의점 주인이 퇴직한 역사교사야. 이건 별로라고? 학교에서 보는 꼰대 선생님이 아니야. 이 분이 서울역의 노숙인에게 도움을 받고, 관계를 맺고, 그 사이에 편의점에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 중간중간 웃기 기고하고, 살짝 눈물이 맺힐만한 부분도 있지. 글이 정말 술술 읽혀서 금방 읽을 수 있어. 그래서 그 노숙인이 누구냐면… 스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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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권영주 옮김|모모|2021년|376쪽

최근에 나온 달달한데 인기 있는 일본 소설?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물론 있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같은 느낌인데 재미있게 읽었어. 사고 이후로 하루 전 날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소녀와 어려서 엄마가 돌아가시고, 누나도 집을 나가고, 삶에서 도망 중인 아빠와 살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야. 좀 뻔한 스토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야. 읽는 내내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 같아. 마지막에 억지로 울리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재미난 건 사실이야. 왜 슬프냐면.. 아! 스포 금지! 참, 일본 소설은 이름 불렀다 성 불렀다가, 애칭 불렀다가하는 거 난 어렵던데 넌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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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문학동네|2021년|412쪽

제목이 마음에 든다고? 그치! 우리 3차원 세상에서 살기 힘들어. 표지도 마음에 들지? 이렇게 수영장에서 둥둥 떠 있고 싶다. 혹시 동성애가 불편하면 이 소설이 불편할 수 있어. 동성애자의 십 대 고등학교 생활 이야기야. 주인공의 동성친구와 이성친구들의 캐릭터들도 흥미로워. 게다가 시작이 시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소설의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어. 읽다 보면 찌질하기 그지없는 주인공이라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 제법 두껍지? 그래도 그래도 두꺼운지 모르고 읽었어. 처음에는 읽다 재미없으면 안 읽어야지 했는데 금방 다 읽었다니까. 혹시 범인을 알고 읽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아니라고? 응 알았어!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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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지음|페플레인|2022년|224쪽

네가 예전에 안예은 노래가 좋다고 들어보라고 했잖아. ‘항해’ 그 뮤직비디오 보면서 무섭다고 내가 했던 거 기억나? ‘홍연’과 ‘항해’를 바탕으로 SF 소설이 나왔는데 표지 봐봐. 엄청나지? 아무튼 읽고 나니 계속 안예은 노래가 들리는 것 같아. 무슨 이야기냐고? 평행우주 알지? 지구와 5개의 평행 우주에 홍연으로 엮어진 초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 있어. 이 우주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홍연으로 엮어진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죽여야만 해.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5개의 우주 공간에서 실패와 성공을 경험한 또 다른 내가 지구의 ‘나’를 찾아와. 홍연으로 엮어진 아이를 죽이라고 말이지. 안예은의 노래를 들을 때처럼 기괴하고 무섭기도 해. 이거 읽고 어땠는지 이야기해 줘. 막 손가락도 자르고, 목도 걲어서 죽이고… 이야기 안할게. 책은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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