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봄, 4월 16일 이후 – 세월호 참사

2020년 봄꽃이 유난히 더 반갑고 소중한 것은 우리가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재난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충분히 봄꽃을 즐기지 못했다. 2014년 봄 이후로. 노란색 팔찌와 노란 리본 열쇠고리가 끊어지고 새까매지면서 세월호 참사가 마음에 완전히 각인된 지금, 이제야 간신히 봄꽃을 반겨 볼까 했는데 또 다시 새로운 세상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금 반성할 수 있었다. 아직 봄꽃을 반기기엔 이르다는 걸. 세월호 참사 공소 시효가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으니까. 가만있지 않고 분노하고 행동하는 우리 모두의 연대가 언제까지나 이어진다는 것을 이 책들로 환기하자.


『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외 11인 지음|문학동네|2014년|232쪽

2014년 그해 봄에는 아직 어려서 잘 몰랐다거나 기억이 희미해져 마음을 다잡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게 좋다. 그해 봄 우리를 절망 속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에 관해 김애란, 박민규, 황정은, 김연수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소설가들의 기록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박민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자주 부끄럽다.”(황정은) 같은 문장을 접하면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기억해야만 하는 그 순간을 바로 떠올릴 수 있다.

#에세이 #세월호참사 #2014년4월16일 #이것은국가가국민을구조하지않은사건이다 #17세이상추천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김민경 지음|사계절|2020년|192쪽

이 책은 세월호 참사를 왜 기억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가는 ‘상(相)전이’라는 물리학 용어로 세월호 참사를 설명한다. 상이 일단 바뀌면 그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중요한 건 그 변화를 인식하고 방향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기억해야 한다. 바로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소녀와 소년이 진심을 다해 주고받는 사랑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 “누군가가 기억하는 일상이 사람들의 가슴에 남고, 결국 역사가 된다.”는 작가의 말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또다른 ‘상전이’에도 잘 들어맞는다.

#한국소설 #잊지않고기억하겠습니다 #세월호참사 #상전이 #세월호사건으로우리나라에_내가발딛고사는이곳에관심이생겼어.


『번외』

박지리 지음|사계절|2018년|160쪽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떤 지옥을 겪고 있는지 우리는 감히 생각해보지 못했다. 참사의 희생자들이 너무 많아 그들을 애도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으니까. 이 작품은 총기난사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년의 참사 1주기 다음 날, 그 하루 동안의 여정을 다룬다. 소년을 따라가다 보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어디에서나 예외 취급을 받으며 번외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생존자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혹시나 “네 인생이 죽은 아이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덤인 것마냥 얘기하는 사람들”이 나 자신은 아니었는지 깊이 반성하게 된다.

#한국소설 #참사생존자 #진정한추모 #총기난사 #하여튼되게살고싶어한다니까


『다시 봄이 올 거예요』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엮음|창비|2016년|352쪽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생존 학생과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십대가 들려주는 참사 이후 견뎌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고 잔인하다.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같이 슬퍼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을 그토록 꺼렸던 걸까.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사진과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져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에세이 #세월호생존자 #진상규명 #애도 #그리움은도저히멈출수가없는데 #세상은자꾸그만하라고만해요







인생오탈자

각종 오자와 탈자 전문. 책으로 인생의 오류와 탈선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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