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열여덟 살 소녀 현이에게. 현이를 알게 된 지 이 년째인데 아직도 나는 현이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지난 2년 동안 현이의 새로운 모습을 계속 알게 된 것을 생각하면 말이야. 과학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진지하다는 것, 평소 자신의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지만 섬세한 마음을 지녔다는 것에 이어, 최근에 알게 된 것은 현이가 매력적인 글을 쓴다는 거야. 현이가 쓴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빨리 마저 읽어보고 싶게 해. 현이가 과학자의 꿈을 키우면서도 자신의 삶을 글로 쓰는 일을 계속하면 좋겠어.
『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열림원|2022|296쪽
SF 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초엽 작가가 쓴 에세이야. 저자가 처음부터 인기 작가가 아니었다는 점이 당연한 사실이지만, 왠지 인상적이었어. 김초엽 작가는 어려서부터 습작을 즐겼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습작 모임에서 친구들과 짧은 글을 연습 삼아 썼다고 해. 그러다가 공모전에 낸 작품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거지. 처음부터 작가의 길을 걷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돼. 지금 현이가 읽는 책들, 만나는 사람들, 부딪히는 세계들이 모이고 쌓여서 어떤 이야기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야. 특히 김초엽 작가는 과학 관련 도서와 논문을 열심히 읽고 그런 자료에서도 이야깃거리를 찾는다고 해.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셈이지. 현이도 수많은 우연을 통해 새로운 길을 씩씩하게 걷게 되기를 바란다.
『사이언스 고즈 온』
문성실 지음|알마|2021|276쪽
이 책을 쓴 문성실 저자는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야. 바이러스를 연구하다 보니 코로나 시국에 많은 노력과 고생을 했다고 해. 저자가 여성이어서 과학 연구뿐 아니라 자녀를 키우는 일에도 정성을 쏟아야 했는데, 과학자의 삶과 엄마 및 아내의 삶을 모두 열심히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어. 그래도 온갖 어려움을 뚫고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여전히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어. 이 책을 읽고 나면 모든 여건이 갖추어진 뒤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우게 될 거야. 씩씩하고 밝은 에너지를 꽉 채울 수 있는 책이야.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지음|메멘토|2022(개정판)|272쪽
이 책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면서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야. 저자가 글을 쓰면서 삶을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글을 쓰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힘을 가지는지 알 수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감응하는 것이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과, 또 지구에 살아가는 이들과 이어지는 길임을 깨닫게 될 거야.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 현이도 자신의 삶을 글로 쓰고 싶어질 지도 몰라.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지음|문학과지성사|2016|168쪽
현이에게 시집을 한 권 권하고 싶어. 허수경 시인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야. 시인을 꿈꾸지 않더라도 평소 시를 쓰지 않더라도, 시의 언어를 만나면 세상을 다르게 보고, 같은 세상에서 다르게 숨 쉬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 ‘딸기’를 보고 그저 먹을 수도 있지만, 시인은 ‘딸기’를 보고 딸기가 익어 갈 무렵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던 시간을 떠올려. 그 무렵의 향기와 온도와 바람마저 떠올리는 거지. 사물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방법, 그러면서도 명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야. 이 책이 현이의 글쓰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로애
오늘도 덕질의 힘으로 삶을 밀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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