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건 시에요? 소설이에요? 어? 소설로 분류되어있는대요? ” 아이가 건넨 책을 보니 시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런 책 또 있어요? 내용도 좋은대 빨리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은대요.” 마침 최근에 이런 형식의 책들이 기억나서 가지고 몇 권 가지고 와서 함께 모아보았다. 다시 읽어보니 때로는 노래 같기도, 때로는 시 같기도, 때로는 소설 같기도 한 좋은 책들이 참 매력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참, 두께에 겁먹지 마시길… 시라서 한 장에 글씨는 1/3밖에 없으니 ㅋㅋ
『스타피시』
리사 핍스 글 |강나은 역 | arte | 2022년 | 288쪽
스타피시가 불가사리인지 몰랐어요. 뭔가 불가사리하면 부정적인 느낌이었는대 이 책을 보니 좋네요. 고도비만인 아이가 움추려 있기만 하다가 불가사리처럼 손도 발도 펼친다는 뜻인 것 같아요. 주인공을 놀리는 아이들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드라마를 보여주면 더 이상 고래라고 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사실 저도 주인공의 엄마처럼 했을 것 같아요. 비만은 건강에도 좋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게 얼마나 큰 폭력인지 알았어요. 이 양식 참 마음에 들어요. 시 형식으로 읽으니 더 감정이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에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사서선생님 좋아요. 자주 나오는 상담사 선생님도 좋구요!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라자니 라로카 글 |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 356쪽
읽고 울지 않으셨어요? 전 엄청 울었어요. 친구도 생기고, 남친도 생겼는대… 너무 속상했어요. 인도계 주인공이 미국 사회에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집과 학교와의 생활이 달라서 정체성을 찾는데 조금 힘들어하긴 했지만 좋은 친구들 덕분에 이렇게 적응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읽고 있었죠. 시의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그렇게 슬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읽으니 더 슬픈 것 같아요. 슬픈 노래를 듣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고보니 이 책이 2022년 뉴베리 수상작이더라구요. 상 받을만 한 것 같아요. 맨 뒤 책 날개에 저자소개까지 소설 같았어요.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은 작가도 되고, 의사도 되었구나 하고 말이죠.
『시인X』
엘리자베스 아체베도 글 | 황유원 옮김 | 비룡소 | 2020년 | 500쪽
『데이지』
마이라제프 글 | 송섬별 역 | 양철북 | 2022년 | 242쪽
이런 범죄 우리나라에도 있잖아요. 이 데이지는 문자하면서 이상한 사람이라도 못느꼈을까요? 못느꼈을 수도 있겠죠? 이 책 앞 부분은 데이지 입장에서, 뒷 부분은 친구 입장에서 글을 쓴 거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공감이 되었고, 반전처럼 느낄 수도 있었어요. 그래도 정말 죽은 건 너무 충격적이었고, 그 과정을 이런 시 형식으로 설명하니 더 마음이 아프고, 무섭고, 공감되고 그랬어요. 그리고 데이지의 잘못도, 친구의 잘못도, 부모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부분에 제가 괜히 안심이 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이 데이지꽃이 민들레꽃 같은 느낌일까요? 데이지가 그렇게 죽고 주변에 여기저기 핀 데이지꽃을 보는 친구가 너무 안타까웠어요.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김학중 글 | 창비 | 2020년 | 182쪽
이건 정말 시집인대 읽다보니 앞의 책들처럼 소설 같아요. 저시력 장애가 있는 시인과 동생이 어린 시절 겪었던 이야기를 시로 써서 그런지 시를 읽었다는 느낌보다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정말 함부로 말하는 어른들 정말 싫어요. 이 두 형제가 받았을 상처들이 보여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다행히 교수도 되고, 시인도 되고 했지만 이렇게 되기는 어렵잖아요. 시집인대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이어가진다는 것이 좋았어요. 이렇게 연대의 힘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시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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