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관람을 해보신 적 있나요? ‘뮤덕’(뮤지컬 덕후)이라면 전 회차를 다 보는, 이른바 ‘회전문을 도는’ 사람이 있을 거고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한두 번 본 ‘머글’(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미지와 동경, 두려움과 낯섦으로 다가오는 장르 같아요. 원작이 있는 뮤지컬도 많이 있으니까, 예습 삼아 원작을 읽고 뮤지컬을 보러 가자고요. 뮤지컬을 보고 원작을 읽고 다시 뮤지컬을 보면 훨씬 더 풍부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고 해요. 뮤-책-뮤는 진리라고. 어떤 책들이 뮤지컬 무대에 올랐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합체』
박지리 지음 | 252쪽 | 사계절출판사 | 2010
뮤지컬 <합체>는 ‘무장애’ 공연으로 ‘배리어 프리’, 장애인 비장애인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걸 말해요. 쌍둥이 형제 합과 체의 아버지가 ‘난쟁이’예요. 이젠 이 말도 ‘저신장증’으로 써야 하는데, 작품에선 조세희 작가의 ‘난쏘공’과 연결되는 지점이 많아서 그대로 살려 썼어요. 뮤지컬에서 아버지 역은 저신장 배우가 맡았고요. 배우들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어 통역사가 있고, 원작의 라디오 방송 디제이를 전지적 작가처럼 해설자로 세워 시각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게 했어요. 무대 양쪽에 있는 스크린에서는 자막이 크게 나오고요. 이런 세심한 연출이 극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면서 관객과 배우, 무대가 하나로 합체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원작 《합체》의 재미와 감동은 고스란히 가져가면서요. 이제 원작을 읽으며 재연을 기다려 보자고요.
『유진과 유진』
이금이 지음 | 304쪽 | 밤티 | 2020(개정판)
《유진과 유진》은 이금이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자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소설이에요. 최근에 작가가 문장 등을 지금 현실에 맞게 새롭게 다 고쳐 개정판으로 나오기도 했지요. 이 작품은 큰 유진이, 작은 유진이 두 명의 배우가 진행하는 2인극 뮤지컬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어요. 재연(두 번째 공연)도 큰 성공을 거뒀고, 뮤-책-뮤의 과정을 밟고 있는 원작이 되었답니다. 어릴 적 성폭력을 당한 두 유진이 가슴속에 외면하고 있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다루면서도 모두에게 공감과 치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원작. 그에 맞게 뮤지션 안예은의 작사 작곡으로 새롭게 탄생한 넘버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아몬드』
손원평 지음 | 236쪽 | 창비 | 2017
뮤지컬 <아몬드>는 손원평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탄생했어요. 남들보다 작은 편도체 탓에 감정을 느끼거나 공감하거나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윤재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 엄마와 할머니로부터 감정을 학습하며 세상에 스며드는 방법을 배웠는데 엄마와 할머니는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그런 윤재 앞에 불평과 분노로 감정이 극대화된 곤이가 나타나지요. 윤재와 곤이라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뮤지컬 무대에서 만나는 것도 특별한 경험입니다. 배우들의 표정 연기와 감정 표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며 바뀌는지 살피다 보면 원작의 감동이 더 커지니까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856쪽 | 사계절출판사 | 2016
가을만 되면 ‘다윈영앓이’를 하는 뮤덕들이 있습니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한국 뮤지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호평 속에 3연까지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뮤책뮤의 정석을 보여주는 공연이자 벽돌책의 위엄에 뒤지지 않는 살인적인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내내 모두를 숨죽이게 하는 완벽한 넘버와 연출로 머글들마저 회전문을 돌게 만든 걸로 유명하지요. 뮤지컬을 보고 원작을 읽으면 모든 넘버와 대사가 배우의 음성으로 재현된다는 전설의 이 뮤지컬은 원작의 ‘프라임 스쿨’을 완벽하게 무대에 올려놓습니다. 러너 영, 니스 영, 다윈 영 3대에 걸친 악의 기원을 우리 사회와 연관해 곱씹어 생각하게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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