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부모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높은 확률로 아빠 쪽이 과학자로 등장한다. 아빠가 세상을 구하는 동안, 엄마는 외롭고 아이들은 방황한다. 왜 꼭 그래야만 하는가? 과학자 아빠가 아니라 과학자 엄마가 세상을 구하면서도, 서로 보듬으면서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그래서 찾아봤다. 과학을 공부하는 엄마의 이야기들을 말이다.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김명남 옮김|열린책들|2016년|312쪽
사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과포자라도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할 때가 있다. 특히나 이 세상은 연약한 내 아이를 노리는 온갖 세균들과 바이러스들이 득시글 거리는 곳이 아니던가! 평생 과학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던 저널리스트 출신 엄마가 아이의 건강을 위해 백신에 대해 공부하고, 집단 면역에 대해서 연구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렸다. 글의 전개가 다소 호들갑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어쩌랴, 그게 엄마의 마음인 것을.
『10대의 뇌』
프랜시스 젠슨, 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김성훈 옮김|웅진지식하우스|2019년|360쪽
성공한 신경학자이자 싱글맘의 일생은 바쁘고 또 바빴지만, 적어도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두 아들이 사춘기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다정하고 얌전했던 아들들은 사춘기에 들어서자 머리카락에 빨간색 줄무늬를 넣고, 교통신호를 무시해 죽을뻔하는 일들을 벌인다. 그러나 엄마를 더 미치게 하는 것은, 아들들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행동들에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들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랬다고. 그래서 엄마는 연구한다. 도대체 엄마의 다정한 아들들을 외계인으로 만들어버린 사춘기라는 괴물을 말이다. 그리고 그 괴물은 우리의 성장과정에서 겪는 뇌의 변화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엄마에게는 외계인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행동의 이유를 알려주고, 외계인 취급을 받는 십대들에게는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게 해준다.
『불량엄마의 생물학적 잔소리』
송경화 지음|홍영진 그림|궁리출판|2016년|292쪽
엄마의 잔소리가 괴로운 이유는 그게 틀린 말이어서가 아니라, 듣고 보면 맞는 말이어서다. 듣고 보면 엄마의 잔소리가 틀린 말은 아니다.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라 알면서도 하기 싫어서 안하는 걸 딱딱 집어 말하니 듣기가 너무 싫을 뿐이지. 그런데 세상에나, 엄마의 잔소리 속에 담긴 듣기 싫은 진실을 고차원적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딸이 있다. 생물학 박사 출신 엄마가 십대 딸이 공부하는 것이 못 미더워 옆에서 잔소리를 했는데, 엄마의 잔소리는 글이 되고 딸의 예술혼은 삽화가 되어 멋진 책이 한 권 탄생했다. 잔소리를 과학적으로 승화시킨 엄마와 딸에게 박수를.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 &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
이지유 글 그림|창비|2011년|276쪽 & 이지유 글 그림|창비|2019년|248쪽
과학전문작가인 이지유를 유명하게 만든 별똥별 아줌마 과학책 시리즈의 첫 번째 책과 가장 최근의 책. 여러권의 시리즈 중 특별히 이 두 권에 주목하는 이유는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변화 때문이다. 별똥별 아줌마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남매는, 저자의 실제 아들딸의 이름과 동일한 민지와 민우 남매다. 흥미로운 것은 우주 이야기에서는 아직 어려서 엄마와 아빠를 따라서 천문대로 올라가서 구경하던 민지와 민우가 최근 책 아프리카 이야기에서는 훌쩍 자라 어른이 되어 둘이서만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와 저자와 책의 주인공이 모두 함께 자라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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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과학책을 읽고 쓰고 알립니다. 해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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