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 나를 나답게 만들면서 동시에 나를 다른 누가 아닌 나일 수 밖에 없게 하는

 

2020년 노벨화학상은 차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캐스-9을 찾아내어, 유전자 편집의 범위를 확장하여 난치성 유전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연 공로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에게 돌아갔다. 정확하고 편리하며 가격까지 싼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가위의 등장은, 단순히 유전자 한 두 개를 자르고 이어 붙이는 것을 넘어 유전체 전체를 대상으로 유전자 편집(gene editing)이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전문적 교육을 받은 생명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유전체를 편집할 수 있게되어 바이오해커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나를 나답게 만들면서 동시에 나를 다른 누가 아닌 나일 수 밖에 없게 하는 유전자와 이를 연구하는 유전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정리해 보는 책들을 한 번 모아보았다.


『이상한 유전자 여행』

클라우디아 프란돌리 지음/주효숙 옮김|반니|2020년|184쪽

역시 시작은 만화책으로 해야 제격이다. 특히나 유전학처럼 복잡한 개념을 이해해야 할 때는 한 장의 그림이 한 페이지에 달하는 설명보다 더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자신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십대 소녀 암브라에게 갑자기 생겨난 쌍둥이 자매 파랑이. 그들이 함께 자신이 왜 같을 수 밖에 없는지 그 비밀을 찾기 위해 세포 안 유전자를 만나러 간다. DNA가 어떻게 유전적 정보를 저장하는지, 돌연변이는 왜 생기는지, 유전자가 어떻게 복제되고 유전되는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을 그림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전학 생초보라면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자.

#과학 #유전 #DNA #돌연변이 #멘델 #유전법칙 #내게도쌍둥이가있다면


『이중나선』

제임스 왓슨 지음/최돈찬 옮김|궁리출판|2019년|260쪽

유전물질인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최초로 밝혀 분자생물학의 시대를 연 DNA 발견자 제임스 왓슨이 직접 풀어내는 DNA 구조 발견에 얽힌 과학과 사람의 이야기. 노년의 왓슨의 행보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20대의 왓슨은 과학에 대한 열정과 무모할 정도의 저돌성으로 똘똘 뭉친 전형적인 과학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원로 과학자 왓슨이 아니라 과학계에 막 뛰어든 인간 왓슨의 좌둥우돌 성장기에 가까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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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샤론 모알렘 지음/정경 옮김|김영사|2015년|332쪽

한 때는 유전자를 생물의 설계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설계도로 지은 집이라면 모두 똑같은 것처럼, 유전자가 설계도라면 유전적 형질이 비슷한 형제자매라면 거의 비슷해야 하고, 한 번 정해진 특성들은 변치 않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매우 다른 차이가 난다. 이후 유전자는 설계도라기보다는 레시피 쪽에 가깝다. 같은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더라도 그 결과물이 달라지며, 레시피는 어느 정도 변용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같은 유전자라도 환경에 따라 발현 정도가 달라지며, 어느 정도까지는 습관과 식생활과 운동의 유무로 인해 유전자 스위치의 켜고 끔을 조절할 수 있다. 내 DNA 속에 특정 유전자가 있는 건 조상 탓이지만, 그 유전자를 켜고 끄는 것은 내 탓일 수 있다는 뜻이다.

#과학 #유전 #유전자 #후성유전학 #유전자발현조절 #조상탓만할수없다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송기원 지음|사이언스북스|2018년|264쪽

인간 유전체의 모든 정보를 읽어내는 휴먼게놈프로젝트가 2003년 완료된 이후, 유전체학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2018년에는 인공적으로 유전체를 편집하여 합성해낸 효모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에 생명공학 분야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유전체 편집, 유전자 드라이브, 합성생물학, 개인맞춤형유전체학, 면역 및 줄기세포 치료제 등 생소한 개념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동시에, 이들이 우리 사회의 가치관에 미치는 윤리적/문화적/정치적 문제들까지 같이 짚어주는 책. 어려워보이지만, 사이사이 삽입된 귀여운 고양이가 등장하는 일러스트가 어려운 개념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과학 #유전자 #유전체 #유전자편집 #크리스퍼 #합성생물학 #유전자편집이우리사회에미칠영향 #고양이는역시최고


『바이오해커가 온다』

김훈기 지음|글항아리|2015년|212쪽

해커라고 모두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코드를 짜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창고나 지하실에 온장고와 현미경을 갖추고 미생물을 키우고, 자신의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편집하면서 빛이 나는 야광생명체나 희귀질환의 치료제 등을 찾는 바이오해커들이 새로운 해커 집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IT 해커들이 그랬듯, 해커란 제도권에서 벗어나서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뜻하는 말로, 반드시 해로운 존재만은 아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무해했던 IT해커들이 얼마 안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화이트해커와 피해를 입히는 크래커들로 나뉘었듯이 바이오해커들 역시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가지며 점차 성장하는 추세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바이오해커들의 실제 모습이 보고싶다면, 넷플릭스의 최신 다큐멘터리 [[부자연의 선택(Unnatural Selection)]을 찾아보기를.

#과학 #유전자편집 #크리스퍼 #바이오해커 #부자연의선택 #다윈이이걸보면무슨말을했을까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싯타르타 무케르지 지음/이한음 옮김|까치|2017년|685쪽

이제 ‘유알못’의 수준을 넘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다면 도전해봄직한 책. 무케르지는 자연계의 기본 요소는 원자(물론 이보다 더 작은 소립자들이 존재하지만)이지만, 이들 자체보다는 이들이 결합해 만드는 분자가 반응과 활성의 단위가 되며 원자들 사이의 분자 형성 조합은 무궁무진하고, 결합 양상에 따라 특성이 전혀 달라지는 것처럼, 유전자란 생명체라는 더 큰 전체를 구성하는 환원 불가능한 구성 단위이자 기본 단위로 바라본다, 그러므로 생명체는 유전자 그 자체가 아니라, 이들 사이의 무수한 조합과 치환의 산물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복잡한 유전의 개념을 찾아가는 과정을 시대 순으로, 관련된 사건과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키며 촘촘하게 짜내려 간다. 유전자의 개념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싶다면 꼭 도전해볼만한 책.
 #과학#유전#원자와유전자VS분자와생명체#유전자의완벽개념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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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과학책을 읽고 쓰고 알립니다. 해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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