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에 전라남도 영광군에 있는 ‘불갑사’라는 절에 다녀왔어요. 샛노란 은행잎과 새빨간 단풍잎에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어요. ‘불갑사’는 ‘상사화’라는 꽃의 군락지로 유명하다고 해요. 계절이 지나 꽃은 지고 없었지만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걷기 좋은 곳이었어요. 너른 데크가 평평하게 펼쳐 있고, 곳곳에 완만한 경사길도 눈에 띄었어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 때쯤 안내문이 보였어요. 점자가 표기된 ‘열린 관광지’ 안내였어요. ‘열린 관광지’란,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불편 및 관광활동의 제약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물 없는 관광지”예요. (출처 : 열린관광 모두의 여행 https://access.visitkorea.or.kr/ )
휠체어나 유아차가 다닐 수 있는 보행길, 수어 및 점자 안내, 편의와 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구나 공간 등이 갖추어진 여행지들이 늘고 있어요.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좋겠지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쓴 여행책을 모아봤어요.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는 어떤 열린 관광지가 있나요?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
전윤선 지음|나무발전소|2023년|368쪽
휠체어 사용자의 꼼꼼한 전국 여행기. 20대 후반 근육병이 발병하여 휠체어를 타게 된 저자는 이전까지 자전거 전국 일주나 등산을 즐겨했다. 이동에 제약이 생겼지만 좋아하는 것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휠체어를 타고 여전히 여행을 즐겨한다.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다리가 약해진 노약자나 유아차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모두를 위한 여행지 발굴과 정비를 위해 노력한다. 휠체어 여행자에게 유용한 준비물 등 팁도 살뜰히 챙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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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홍서윤 지음|생각비행|2016년|400쪽
번아웃이 온 직장인.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학위 과정을 밟고 있던 저자는 환기가 필요했다. 때마침 지인의 초대에 스위스 여행을 결심한다. 여러 가지 소동도 있었지만, 여유로운 분위기와 맛있는 과일, 와인을 즐기며 여행을 만끽한다. 여느 여행기처럼 멋진 풍광 사진과 여행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이 책의 저자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스위스 여행을 통해 이동의 자유를 만끽하고 용기를 얻은 후, 이번에는 혼자서 유럽 여행을 떠난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혼자 유럽 여행’은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까? 누구나 이동의 자유를 누리고 여행을 즐기는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애인이 엮은 무장애 대전여행』
무장애여행팀 지음|봄인터랙티브미디어|2019년|261쪽
장애가 있는 청소년 학생들은 외부 체험 학습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을까? 이 책을 읽고서야 질문을 떠올리면서 부끄러웠다. 저자들은 어릴 적부터 장애로 인해 운동회나 소풍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외출하기가 어려웠다. 집주변의 관광지나 공원조차 방문할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런 공간이 있는 지도 모를 정도였다. 장애인으로서 길을 나서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시설과 환경이 조성되었다면 이들의 일상은 아주 달랐을 것이다. 장애인 주차장, 출입구, 장애인 화장실, 경사로, 주변 식당 및 숙박시설 등을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실태조사를 통해 점검하고, 개선해나가는 사례를 소개하여 의미 깊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무장애 여행지를 소개한 점도 반갑다. 책을 참고하여 우리 지역의 관광지를 점검해보면 어떨까? 전국 각지에서 자기 지역을 좀 더 깊게 들여다 보는 무장애 여행 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
박윤영, 채준우 지음|뜨인돌|2018년|260쪽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여행은 어떤 점이 같고, 다를까? 휠체어를 타는 여자친구와 비장애인 남자친구가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다. 적극적이고 자립심도 강한 여자친구는 국내에서도 어디든 여행을 가는 걸 좋아하지만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자꾸 생길 때면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한다. 여행에서 숙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저렴하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왔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와 함께 머물기 위해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숙소를 찾으면서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여자친구의 입장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대로 서술 되어 같은 상황을 각자의 입장에서 읽는 재미가 있다. 커플이나 친구, 심지어 가족끼리 여행을 가도 일행 간의 다양한 의견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장애 여부가 아니라, 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두 사람의 소통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누구에게라도 의미 있는 여행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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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어디로 갈까? – 테마 국내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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