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 혁명으로 왕을 교수대에서 처형시키고 공화국을 건설한 나라가 프랑스지. 그로부터 231년이 지난 오늘, 혁명의 후예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최근엔 테러가 잇달아 있었고, 테러의 씨앗인 이민자들과의 갈등이 늘 잠재해 있지. 아프리카를 비롯해 세계 곳곳을 점령했던 제국주의의 흑역사가 빚어낸 업보랄까. 1968년엔 전세계로 확산되어 권위주의를 불사르는데 기여했던 68혁명의 진앙지가 되기도 했어. 지금은 2차대전에서 총부리를 맞대고 싸웠던 적국인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지. 두 나라가 이끄는 유럽연합이란 쌍두마차가 더 많은 가난을 만들고, 부자들 배를 불리고 있는 현실은 무척 슬프지만 말야. 숱한 사회적 갈등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프랑스 사회를 여전히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자유와 다양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권위주의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는 사람들이야. 그런 면에선 1789년과 1968년 혁명이 남긴 저항의 DNA가 여전히 작동한다고 봐야겠지. 치열한 역사 속에서 모순된 매력을 만들어온 프랑스 사회를 투영하는 책들을 소개할게.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목수정 지음|생각정원|2018년|449쪽
파리에 사는 칼리라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학교생활 위주로 담은 책이야. 프랑스에서 한국 엄마, 프랑스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칼리는 유지원 3년, 초등학교 5년을 거쳐 중학교를 다니고 있거든. 저자인 칼리 엄마는 10년 간 프랑스 공교육 속에서 성장한 아이가 어떤 생활, 어떤 꿈, 어떤 고민들 속에서 커왔는지 한국에서 자신이 받았던 교육과의 비교를 통해 보여주고 있어. 칼리 엄마가 프랑스 교육에서 가장 인상깊게 느낀 점은 프랑스 학교에선 경쟁이란 도구를 사용해서 아이들 성적을 올리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어. 선행학습은 독이라며, 학습지를 태워버리라는 교사를 만나기도 하지. 프랑스 아이들은 경쟁하는 법을 배우는 대신 뭘 배울까? 프랑스 선생님들은 경쟁이 아니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애들을 공부시키지?
『부와 가난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모니크 팽송-샤를로, 미셸 샤를로 지음|에티엔 레크로아트 그림|목수정 옮김|레디앙 어린이|2015년|64쪽
세상엔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이 있었지. 문제는 대략 20-30년 사이,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점점 더 부자들이 되어간다는 거야. 2014년을 기준으로 세계 최고 부자 85명의 재산은 세계 인구의 절반인 35억 명의 재산과 맞먹는다는거야. 이건 자연스런 일일까? 이래도 되는 거야? 민주주의 사회니까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는 건 그들이 머리를 잘 쓰고 나름 노력해서 얻은 정당한 대가라고 봐줘야 할까?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부부 사회학자인 저자들은 불평등의 격차가 이토록 커지는 것은, 현재 부를 점유한 사람들이 정부, 언론과 함께 손발을 맞춰서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어. 예를 들어 프랑스의 부자들이 세금도피처에 재산을 은닉해서 탈세한 돈은 한 해에 800억 유로나 되지만, 정부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탈세한 돈을 추징하지 않지. 오히려 그들의 탈세를 돕고, 가난한 사람들이 감히 부자들을 향해 저항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지,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어디서부터 바꿔나가야 할지 알려주는 책이야.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 지음|용경식 옮김|문학동네|2003년|363쪽
모모라는 이름의 14세 소년이 있어. 부모가 아니라 로자 할머니와 함께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파리의 빈민가에서 살아가지. 전직 창녀인 유태인 할머니 로자는 창녀들의 아이를 맡아 키워주는 걸로 생계를 꾸려가지. 엄마는 소식이 없고, 돈이 끊긴지도 오래지만 로자 할머니와 모모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 주어진 조건으로만 보자면, 도대체 어떤 희망을 붙잡고 살아갈까 싶지만,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사람들의 집합소같은 그 동네 사람들은 누굴 증오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아. 모모에게는 궁금한 게 있을 떄마다 달려가 물으면 답을 들려주는 하밀 할아버지도 있지. 할아버지는 “인간은 사랑없인 살아갈 수 없다”는 진실을 모모에게 알려주지. 1975년에 공쿠르 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프랑스 현대문학의 고전이야. 저자 에밀 아자르는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 로맹 가리였다는 사실이 저자의 유서를 통해 밝혀지지. 이로써 로맹 가리는 공쿠르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라는 기록도 갖게 돼. 러시아 태생의 유태인으로 14살에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해온 로맹 가리의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초년의 삶이 모모의 삶에 투영되어 있지.
『자발적 복종』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지음|목수정/심영길 옮김|생각정원|2015년|156쪽
16세기 프랑스의 18세 소년 법학도였던 라 보에시는 스스로에게 물었어. ‘왜 사람들은 복종하지?’ 권력자는 소수이고, 복종하는 사람은 다수인데도 왜 소수의 권력자 앞에 그들은 머리를 조아리는 거야? 그가 찾아낸 복종의 가장 큰 이유는 ‘습관’, 그리고 자유에 대한 ‘망각’이었어. 많은 사람들은 절대권력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세대를 거치며 이어져온 종속 상태를 숙명처럼 받아들인다는 거야. 그러나 저자는 “스스로 복종한 자는 독재자의 공범” 이라고 생각라지. 자발적 복종의 상태를 끊어내고, 자유롭게 태어난 자신의 본분을 되찾으라고 사람들 마음을 뒤흔드는 격문을 써내게 된거야. 무릎을 굽히고 있으면, 권력자는 커 보이지만, 무릎을 펴고 일어나는 순간, 권력자는 더 이상 우리 위에 있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는 거지. 책이 나온지 500년이 지났지만 이 책은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살아남아, 프랑스의 고교생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가 되었어. 소위 “알아서 기는 인간들”이 많은 세상엔 반드시 필요한 책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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