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우주에서 먼지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존재이지요. 아침에 엄마의 잔소리에 우울하다가도, 학교에 가서 친구를 만나면 금세 깔깔 웃기도 하고요. 돌아서면 왜 살아야 하는가 심각해 지기도 합니다. 사회의 불의를 보면 가슴이 터질 듯이 화도 나고,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에 펑펑 우는 시간도 있지요. 지금이 아닌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주르륵 눈물이 흐르고, 누군가를 늘 그리워하는,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존재지요. 사람의 마음 안에 ‘감정’이라는 파도가 쉴 사이 없이 넘실거리는 까닭이겠지요.
하찮은 감정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겪는 모든 감정은 소중합니다. 그리움, 설렘, 서운함, 기쁨, 슬픔, 분노, 질투……. 끝없이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를 타며 우리는 살아가게 되겠지요. 감정으로 인해서 하늘을 날아갈 듯이 기쁜 날도, 땅이 꺼지는 것처럼 슬픈 날도 오겠지요. 그러다보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하고 넓은 사람이 되려나요.
이번에는, ‘눈물이 펑펑 날만큼 슬픈 책’을 찾아달라는 익명의 요청을 받아 아래와 같은 책들을 준비해 보았어요.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타인의 이야기에 함께 마음 아파한다는 것이지요. 나의 상황이 아니지만 연민하고 애달아 한다는 뜻이겠지요. 함께 느끼는 것, ‘공감共感’이 지구를 더 따뜻하게 할 거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를 조금 더 높여줄 거예요.
자, 눈물 흘릴 준비 되었나요?
『여행 가는 날』
서영 지음|위즈덤하우스|2018년|36쪽
그림책입니다. 환한 봄날의 풍경이 그려진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 순간 눈물이 왈칵 솟구칩니다. 할아버지는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달걀을 삶고, 면도를 하고, 가장 멋있는 옷을 찾아서 입습니다. 물론 여행비로 쓸 돈도 챙깁니다. 할아버지는 특별한 여행을 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삶을 떠나는 여행입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 땅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야 합니다. 또 언젠가는 내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도 삶과 죽음을 달리하는 그 곳으로 나를 두고 떠나게 될 겁니다. 죽음은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일까요.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에, 우리는 어떤 눈빛을 건네야 할까요.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김민경 지음|사계절|2020년|255쪽
눈물을 닦을 손수건이나 휴지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책입니다. 물론 콧물도 많이 나옵니다. 새봄과 지석은 고등학교 1학년, 같은 학급 친구로 만납니다. 새봄은 2014년에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셨고, 우연히도 엄마의 기일忌日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4월 16일입니다. 소년과 소녀는 『모비딕』을 같이 읽으면서 가까워지고, ‘마음의 밀월蜜月’을 나누는 사이가 됩니다. 서로에게,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 ‘지구에서 의미있는 존재’가 되면서 조금씩 단단하고 밝은 사람이 되어갑니다. 풋풋한 러브스토리에 마음 많이 설렐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지음|소미미디어|2017년|328쪽
제목이 평범하지 않지요? 하지만 내용은 반전. 아무튼 사랑 이야기입니다. 은둔형 외톨이 남학생 하루키는 인기만발 여학생 사쿠라와 기한이 정해진 계약 친구를 맺게 됩니다. 사쿠라는 췌장암이라는 병에 걸려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입니다. 자신이 죽기 전까지만 친구를 하자고 한 것이지요. 처음에는 그저 계약 친구일 뿐이라고 여기지만, 하루키의 마음은 점점 묘해집니다. 내가 살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요. 오늘 하루의 시간은 어떤 의미이고, 곁에 있는 친구의 존재는 얼마나 묵직할까요.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지음|창비|2020년|392쪽
역사책에서 그 ‘사실’을 알았지만, 그 시절을 견뎌온 ‘구체적인 사람’에 대한 것은 몰랐던 이야기입니다. 1900년대 초, 조선의 젊은 남성들이 하와이에 돈을 벌러 갔습니다. 그들은 사탕수수밭에서 채찍을 맞아가며 힘겹게 일합니다. 한편 하와이가 천국이라는 과장된 말에 홀려서, 남자의 사진만 보고, 하와이에 결혼하러 간 젊은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그 여성들 중에, 송화, 버들, 홍주라는 열여섯 살의 소녀들이 있었습니다. 하와이에서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인생의 파도를 넘어서’는 그들의 삶에 가슴이 저릿해집니다. 사람은 타인에게 얼마나 뜨거운 존재일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아름드리미디어|2014년|384쪽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해요. 주인공 ‘작은나무’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됩니다. 조부모님은 미국 인디언 체로키족으로 자연 속에서, 자연의 순리에 조화로운 삶을 사십니다. 자신들만의 삶의 지혜와 가치관을 지닌 분들이지요. 연로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는 이별하게 됩니다. 백인의 사회, 자본주의 사회로 편입된 ‘작은나무’, 산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슬픔을 겪게 되고 상처를 받습니다. 작은나무의 이야기에 많이 웃고, 여러 번 울게 되는 책입니다. 삶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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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애
오늘도 덕질의 힘으로 삶을 밀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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