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설 작가입니다.”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면 나이드신 분들 중 꼭 이런 이야기를 돌려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내 인생이 진짜 소설같이 파란만장했는데 한 번 써보는 거 어떻겠냐고. 이런 경험은 저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소설가들이 공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의 삶은 다채롭고 독특하고, 그리고 특별하지요. 그런 삶들 중에서 문학이 될 수 있는 건 극적으로 진폭이 큰 삶이거나, 또는 아름다운 문장들로 인해 새롭게 다듬어진 삶들일 겁니다. 여기, 아름다운 문장들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문장가들이 이야기하는 우리네들의 삶을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연』
피천득 지음│민음사│2018년│300쪽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인연, 은전한닢 등 다양한 명문들을 접할 수 있는 산문집의 정수입니다.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라고 이야기한 피천득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글구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수필가’란 명칭까지 붙었을 정도의 전통있는 글에 2018년 개정판에서는 박준 시인의 발문, 생전 박완서 작가의 추모 글, 피천득 작가의 아들 피수영 박사의 추모 글까지도 들어 있으니 선물과 같은 책이지요! 근현대의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2010년 출생해 근현대 역사의 사람들과 주고받은 문장에서 한국 역사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을걸요? 저는 어떤 사람에게 선물을 줘야 할 때가 오면 꼭 이 책을 선물로 주곤 했답니다.
『스스로 행복하라』
법정 지음│샘터│2020년│216쪽
2010년 3월 11일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글을 다시금 모아 새롭게 출간된 산문집 『스스로 행복하라』입니다. 법정 스님이 돌아가실 때 남겼던 유지 때문에 더 이상 출간되지 못했던 글을 아쉬워하는 독자들이 많아, 열반 10주기를 맞아서 저작권 관리 및 법정 스님의 뜻을 이어가고 있는 ‘(사)맑고 향기롭게’와 협의하여 출간되었지요. 인생이란 무엇인가? 소유란 무엇인가 등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한 몇 가지의 질문들이 떠오르는 에세이계의 고전입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음│책이있는풍경│2014년│272쪽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황현산 지음│난다│2019년│668쪽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님이 작고한 것이 2018년 8월. 그로부터 1주기를 맞아 선생님이 애정으로, 재미로, 책임으로 줄기차게 그록해왔던 트위터의 글들을 묶어서 냅니다. 어쩌면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산문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14년 시작해서 2018년 6월 25일로 끝내는 8,554개의 트윗은 일상을 잔잔하게 기록하는 sns의 힘을 보여주며 일상의 순간순간을 짧은 이야기로 천천히 기록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sns를 사용하면서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라고 이야기하며 적극적으로 배우고 소통하는 이야기는 언어와 삶, 세상과 시대에 대한 많은 애정이 느껴집니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글, 그림│문학동네│2018년│252쪽
이슬아 작가는 한 달 만 원, 글 한 편에 500원. sns로 자신의 글을 읽어줄 구독자를 모집해 매일 한 편의 수필을 구독자에게 이메일로 전송해주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를 시작해 6개월간 절찬리에 진행하며 성공을 거두웠습니다.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메일링 서비스’라는 형태의 글쓰기-읽기 형식을 알려주고 우리의 삶에 좀 더 ‘산문’이라는 것을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열풍이었죠.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이슬아 작가가 엄마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적은 에세이입니다. 글뿐만이 아니라 이슬아 작가에 대한 체험과 솔직담백한 감성을 담은 그림들까지, 유쾌한 어투에서 녹아있는 ‘삶’은 너무 학문적이거나 또는 권위적이지 않아요. 그저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삶의 본질, 그러면서도 딸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당부의 말들이 녹아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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